한국남부발전이 발전소 석탄선별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허술한 검증으로 83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남부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남부발전은 발전설비 도입 검증 부실로 불과 7개월 만에 83억여원의 손실을 낳았다.
남부발전은 2011년 6월, 현대건설을 포함한 2개 회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와 삼척그린파워 발전소 1, 2호기 보일러에 대한 설치조건부 구매계약을 맺었다. 1조 712억여원에 달하는 큰 규모의 계약이었다.
보일러를 구성하는 설비 중에는 석탄진동선별기가 포함돼 있었다. 석탄선별기는 진동으로 직격 15㎜ 이하인 석탄을 선별하는 설비다. 석탄 자체의 고유수분과 석탄입자 표면에 부착한 부착 수분의 합인 총수분에 대한 요구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
남부발전과 현대컨소시엄이 도입 당시 작성한 계약서에 따르면 석탄선별기는 총수분이 최대 43%인 석탄까지 선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돼있었다. 이에 따른 석탄선별기 도입 계약 금액은 20억원이었다.
하지만 계약 이후 도입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2013년 8월, 실제 현대컨소시엄에서 제출한 석탄선별기의 설계도면을 살펴보면 해당 설비의 부착 수분은 15%로 표기돼 있었다. 이는 총수분으로 환산할 시 36.2%에 해당하는 수치로, 계약서에서 요구된 총수분의 최대치인 43%에는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었다.
이런 문제가 있었지만 남부발전 기술팀은 2014년 12월 석탄선별기 구성 방식을 그대로 승인했다. 해당 설비가 총수분이 최대 43%인 석탄으로 최대 연속 정격에서 연속 운전이 가능한 지가 불분명한 상황임에도 별도의 검증이나 평가 과정을 생략한 채 승인한 것이다.
결국 해당 설비는 2015년 설치된 후 시험운전을 거쳐 2016년 4월 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로부터 7개월 후인 같은 해 12월 해당 선별기에 하자가 발생했다. 선별기에는 반복적인 커버 손상, 커버 볼트 풀림, 모터 손상 등 하자가 발생했다. 2017년 6월까지 4차례에 걸쳐 각종 하자가 발생했다.
계속 문제가 일어나자 남부발전은 2017년 11월, 선별기 방식을 진동 방식에서 롤러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에 필요한 구축비용은 60억여원으로 책정됐다. 남부발전은 이를 현대컨소시엄과 각각 30억여원씩 균등 분담하기로 합의한 후 보일러 구매 변경계약을 체결하면서 불필요하게 추가 비용 30억원을 부담하게 됐다.
게다가 2017년 6월, 석탄선별기의 하자로 인해 두 차례에 걸쳐 발전 가동이 중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총 175시간 동안 발전이 중단되고, 중단으로 야기된 손해비용은 남부발전 추산 약 5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계약 상 필요한 사양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설비 도입, 그리고 그에 대한 부실한 검증으로 인해 남부발전은 약 83억원에 해당하는 불필요한 추가 부담을 진 것이다.
이에 대해 이훈 의원은 “해당 사례는 현대컨소시엄이 제출했던 제품 설계도 상 적혀있는 수분 수치만 제대로 확인하고, 검증하려 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손해를 초래한 격”이라며 “이는 발전소 운영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매너리즘의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발전소의 경우 이러한 황당한 사유로 인해 발전이 중단되고, 추가 비용까지 야기한다면 이는 국민들이 그만큼 공적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기업은 국민들에게 공적 서비스의 실현을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인 만큼 설비 운영에 있어 꼼꼼하고 체계적인 자세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