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발병 추이’ 北 목함지뢰와 유사…사미천~임진강~한강~서해 유입 가능성

입력 2019-09-27 13:26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17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병한 뒤 27일까지 연천, 파주, 김포, 강화 등 4개 시·군에서 9건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10년 7∼8월 연천과 강화도에서 발생한 북한 유실 목함지뢰 사고가 주목된다고 연합뉴스가 27일 보도했다.

당시 상황이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추이와 유사해 전파 경로를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고 차단 방역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 17일 파주 연다산동에서 처음 발생한 뒤 18일 임진강 지류인 연천 사미천 인근 백학면에서 추가 발병했다. 북한에서 흘러들어오는 사미천은 철책으로 막혀 있으나 폭우 때는 수문을 열어 부유물이나 유실물이 떠내려올 수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이어 23일 임진강 하류 한강과 10㎞가량 떨어진 김포에서 3차 발생을 했으며, 같은 날 연천 백학면 발생 농장에서 7㎞가량 떨어진 파주 적성면 농장에서 4차 발병했다. 4차 발생농장은 분뇨 차량이 다녀가는 등 1차 발생농장과 역학관계에 있다. 이후 24∼27일 강화도에서만 모두 5건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추가 발생했다.

이 중 1건은 강화도 본섬이 아닌 석모도에서, 그것도 운영을 중단한 농장에서 발병한 것이다. 이런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병 추이는 2010년 북한의 목함지뢰 유실 사고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북한에서만 사용하는 목함지뢰는 나무상자 모양으로, 연천 사미천에서 2010년 8월 1일 주민 2명이 낚시 중 1발을 주워 열었다가 폭발,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알려졌다.

이 사고 뒤 군부대가 대대적인 수색을 벌인 결과 한 달 만에 모두 178발을 수거했다. 102발은 강화도와 인근 도서에서, 74발은 사미천 일대에서 발견됐다. 연천 폭발사고 며칠 전 북한과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내린 바 있어 당시 군 당국은 집중호우에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떠내려온 것으로 봤다. 강화도는 임진강과 한강에서 떠내려온 온갖 부유물이 바닷물과 만나 쌓이는 지역이다.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파주와 연천에서 발생하기 10일 전에 태풍 ‘링링’이 지나갔고 이후 북한과 수도권에 며칠 동안 많은 비가 내렸다. 목함지뢰 유실 사고와 비교해 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오염된 분뇨 등 부유물이 사미천을 통해 떠내려와 연천, 파주, 김포, 강화 등지로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

사미천 상류 임진강이나 한탄강 유역에서 아직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하지 않은 것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사미천을 통해 유입돼 기존 발생지역만 오염시켰다면 차단 방역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퍼지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상황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감염된 가축이나 분비물 등을 직접 접촉하지 않으면 옮지 않고 전파 속도도 느리다.

그러나 북한과 접경 지역을 따라 흐르는 임진강 등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임진강 등의 하천수에서 ASF 바이러스 오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모두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이날 밝혔다. 그동안 ASF가 북한의 감염된 멧돼지에서 비롯된 바이러스로 퍼진다는 추측이 있었으나 ASF 감염경로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로 남게 됐다.

환경과학원은 국방부 협조를 얻어 지난 23일부터 나흘간 포천, 연천, 파주, 김포를 가로질러 흐르는 한탄강(6곳), 임진강(11곳), 한강하구(3곳) 등 모두 20개 지점에서 하천물을 채취했다. 100㎖ 정도의 물을 유기응집한 뒤 약 100분의 1로 농축하고서 그 농축액을 국제동물보건기구(OIE)가 권장하는 유전자 분석 방법을 통해 바이러스 검사를 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환경과학원은 접경 지역 농장에서 의심 신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는 데다 확진 농가도 늘고 있어 추가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환경과학원은 30일부터 강화지역 3곳을 포함하는 2차 수질 조사를 하고, 집중 호우 등으로 인해 하천 수량이 급격히 불어나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조사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