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인구 구조 변화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당초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정부가 3년 전에 예측한 것보다 저출산 현상이 더 빠르게 전개되면서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인한 소비·투자 위축, 성장률 저하 폭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7일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17~2067년 장래인구특별추계’를 토대로 인구구조 변화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통계청이 지난 2016년 발표한 인구추계 때보다 저출산 현상이 더욱 가파르게 진행된 점에 초점을 맞춰 그에 따른 경제적 영향이 얼마나 악화되는가에 주목했다.
통계청은 2016년 추계에서 출생과 사망, 국제이동이 중위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출산율이 1.33명으로 예상했지만, 2017년과 2018년 실제 출산율은 1.05명과 0.98명으로 전망치보다 훨씬 낮았다. 이에 정부는 통상 장래인구추계를 5년 주기로 발표하는 관행을 깨고 지난 3월 3년 만에 특별추계를 발표했다.
이 특별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총인구는 2028년 5194만명을 정점으로 감소를 시작해 2067년에는 3929만명으로까지 추락한다. 당초 통계청은 2031년 한국의 총인구가 감소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인구정점 시점은 그보다 3년 앞당겨졌다. 예정처는 “1955~1963년생인 베이비붐 세대로 인해 2020년 이후 고령화속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67년이 되면 생산연령인구(15~64세)도 총인구의 45.4%로 떨어지게 된다. 2017년에는 전체 인구의 73.2%가 생산연령인구였다. 이 생산연령인구가 유소년(0~14세)과 고령인구(65세 이상)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도 높아진다. 유소년과 고령인구의 합을 생산연령인구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하는 총부양비는 2015년에는 36.2에 불과했지만, 2065년에는 117.8이 된다. 이 총부양비값이 100을 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유일할 전망이다.
예정처는 이같은 통계청 특별추계를 바탕으로 분석할 때, 2065년 한국의 GDP는 2016년 인구추계때보다 5.7%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예정처는 “출산율 감소는 2035년까지는 GDP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2040년 이후 감소폭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정처는 합계출산율이 1.10을 밑돌거나 사망, 국제이동 수가 높아질 경우 GDP 하락 폭은 10.7%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구 감소에 따라 총 투자량도 당초 예상보다 5.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량도 3.6%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소비는 2035년까지는 1.4% 정도 증가하지만, 이후 감소가 시작돼 2065년에는 8.3%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활동을 멈춘 고령층 인구도 소비활동은 하기 때문에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더라도 얼마간은 소비가 늘지만, 인구가 감소할 정도로 진행되면 소비마저 줄게 되는 원리다.
다만 예정처는 노동 공급이 감소하면서 중·장년기 노동소득이나 임금은 현세대보다 후세대가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예정처는 “향후 합계출산율이 1.45명까지 높아진다고 가정하더라도 2065년 한국의 GDP는 1.1% 증가에 그칠 것”이라며 “저출산 대책만으로는 경제의 부정적 파급효과를 막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인구구조 변화는 각종 사회보험 전망이나 복지정책 수요 등 다양한 분야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