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삼정·한영·안진회계법인 등 국내 4대 회계법인이 지난해 국내 1000대 상장사 외부감사의 절반 이상을 독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오는 11월부터 시행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앞두고 중견 회계법인 등 업계 판도 변화도 예상된다.
한국CXO연구소는 26일 ‘국내 1000대 상장사 대상 회계법인 외부감사 기업수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삼일회계법인이 1000대 업체 가운데 174곳에서 외부감사를 실시해왔다. 이어 삼정(158곳), 한영(155곳), 안진(65곳) 등의 순이었다. 이들 4곳이 진행한 외부감사 기업 수는 552곳(55.2%)으로 절반이 넘었다.
중견 회계법인간 외부감사 수주 경쟁도 치열했다. 안진(65곳), 대주(59곳), 삼덕(41곳), 신한(34곳), 안경(23곳), 한울(22곳), 성도이현(21곳) 등이 적게는 1곳 차이로 순위를 갈랐다.
업계 1위를 달리는 삼일은 삼성전자, LG전자, 삼성물산, KT 등의 대기업 외부 감사를 실시해왔다. 한영은 기아자동차, 한국가스공사, 현대글로비스 등을 맡아왔다. 삼정은 한국전력공사, SK하이닉스, 포스코 등이 외부감사 고객이었다. 안진은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한화 등을 맡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오는 11월부터는 회계법인 업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감사인 주기적 제도가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특정 감사인을 6년간 선임한 기업은 이후 3년간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토록 하는 게 골자다. 외부 감사의 독립성을 높이고자 도입된 제도다. 이에 따라 회계법인 고객사들은 의무적으로 일정 기간마다 회계법인을 바꿔야 한다.
이 제도 도입으로 업계에서는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의 외부감사를 누가 맡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 40년간 삼일회계법인에 외부 감사를 맡겨왔다. 올해부터는 삼일이 아닌 삼정·한영·안진회계법인 중 한 곳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역시 기존의 삼정회계법인에서 다른 곳으로 교체된다. 올해 회계법인을 의무적으로 바꿔야 하는 기업은 200곳이 넘는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상장사 감사인 등록제 시행을 앞두고 삼일·삼정 등 주요 회계법인 20곳이 상장사 감사인으로 1차 등록됐다고 밝혔다. ‘상장사 감사인 등록제’는 2017년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올해 11월 이후 시작되는 사업연도부터 인력과 물적 설비 등 일정한 등록요건을 갖춰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회계법인만 상장사 외부감사를 허용하는 제도다.
이번에 등록된 회계법인은 오는 11월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 시행 시 상장사 감사인으로 선정될 수 있다. 그 외 상장사와 자유수임도 가능하다. 금융위는 또 다음 달 14일 상장사를 위주로 약 220개사에 대해 지정 감사인을 사전 통지할 예정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