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야생 멧돼지 사체 2개가 최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은 이 사체를 검사한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또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죽은 북한 야생 멧돼지 사체나 북한 멧돼지가 철책을 뚫고 내려오는 월경(越境) 사례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26일 “철원 DMZ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에 대한 시료채취 및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의한 북한 멧돼지 사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또 “DMZ에서 야생 멧돼지가 남측으로 월경한 사례도 없다”며 “멧돼지가 GOP(일반전초) 선상으로 진입을 시도하거나 우리 군이 DMZ 내에서 야생 멧돼지를 사살한 사례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GOP 철책은 야생 멧돼지가 넘어올 수 없는 구조물로 설치돼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야생 멧돼지 사체 2개가 발견된 철원은 한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또는 의심 지역과는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는 데다 북한 멧돼지가 철책을 뚫고 내려오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처음 발생한 후 연천, 김포, 강화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감염·전파 경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 멧돼지가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북한 야생 멧돼지가 DMZ 철책을 뚫기는 어렵지만 주변 땅을 파고 내려왔거나 최근 잇달아 상륙한 태풍에 수위가 높아진 임진강을 비롯한 접경지역 하천을 통해 멧돼지나 배설물이 떠내려 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6월 12일 “전국 각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를 막기 위한 수의비상방역사업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에서 창궐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쥐나 오소리 같은 다른 동물이 옮겼을 가능성도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4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북한 평안북도의 돼지가 전멸했다”며 “지난 5월 북한이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발병 신고를 한 이후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한국 군 당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7개 지역에 병력 1173명, 제독차량 166대를 지원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쪽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14개 접경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선정하고 소독 작업을 집중했다”며 “접경지역 울타리나 미흡한 곳에는 멧돼지 기피제도 살포했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