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담 채취를 위해 비좁은 공간에서 사육당하는 곰들의 비극을 끝내기 위해 정부가 곰들을 매입해 ‘생추어리(santuarty·야생동물 보호시설)’에서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물자유연대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사육 곰 현장조사 및 시민 인식조사’ 기자회견을 열고 “사육 곰들을 이대로 내버려 두지 말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중성화 수술 등 증식금지 사업 등으로 지난 2005년 1454마리에 달했던 사육 곰의 숫자는 현재 479마리만 남아있다. 대부분 반달가슴곰이지만 일부 불곰이나 불곰과 반달가슴곰의 잡종도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 곰들을 수용하기 위해 ‘곰 생추어리’ 설립을 제안했다. 이들은 “실현 가능성을 고려, 150마리 수용 가능 규모에 40마리 입주로 시작해 점차 마릿수와 시설 규모를 확장하는 방식을 제안한다”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150마리 시설 기준으로 시설건립비 73.5억원, 운영비 연 11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동물자유연대는 2016년 2~6월에 전국 곰 사육 농장 31곳 중 28곳을 방문 조사한 결과, 대다수가 비좁고 열악한 조건에서 곰을 사육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농장 26%에서 곰에게 돼지·개 사료의 찌꺼기 등을 주고 있었고, 상시로 물을 공급하고 있는 곳은 31%에 불과했다.
또 농장주들 중에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사육 곰 사업에서 손을 떼고 싶은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농장주 중 86.2%는 정부가 매입하겠다고 하면 응하겠다고 답했으며, 농장의 62%는 10마리 이하를 기르는 소규모였다.
동물자유연대는 “정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정부 개입을 미루고 있으나 조사 결과 농장주나 시민들 대부분은 정부 개입을 원하고 있다”며 “정부는 시민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전국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79.3%는 사육 곰 문제 해결에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사육 곰을 보호시설로 이주해야 한다는 의견과 사육 곰 특별법 제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각각 85.6%, 78.3%가 찬성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사육 곰 문제에 대해 “더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합의가 분명히 돼 있다”면서 “정부와 국회가 결단해서 어떻게 해결할지 역할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수의사인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도 “국제적 야생동물 보호법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곰을 합법적으로 죽여서 웅담 채취를 할 수 있도록 법에서 빼놨다”면서 “야생동물을 먹으려고 키우는 건 세계적으로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