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일정액에 오랜 기간 빌려 쓰는 ‘렌탈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렌탈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한 업체는 선입견을 깨고 여성 엔지니어를 고용해 렌탈 서비스에 품질을 높였다. 렌탈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는 업체도 나왔다.
현대렌탈케어는 여성 엔지니어를 공개 모집한다고 23일 밝혔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비데 등의 설치와 수리를 책임지는 엔지니어는 그동안 ‘금녀(禁女)’의 영역이나 마찬가지였다. 전자제품 설치에는 남성들이 더 적합하다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그런데 업계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여성들이 엔지니어 직군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현대렌탈케어는 “최근 엔지니어 모집 공고시 경력단절 주부나 20대 여성들로부터 여성 모집 여부를 묻는 등 엔지니어 직종에 대한 여성 구직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대렌탈케어도 여성 엔지니어가 오히려 이용자의 동선 등 세심한 면을 배려하는 점에서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10여년 전부터 정수기 렌탈 서비스를 이용해 온 주부 A씨(61)씨는 “남성 수리기사가 꺼려진 것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묻거나 요구할 때는 아무래도 청소해주는 여성 직원이 편하고 일 처리도 알아서 잘해줬다”고 말했다.
렌탈 업계는 최근 5년 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G마켓은 이날 올해 들어 거래된 렌탈 서비스가 5년 전인 2014년 동기간 대비 5배 이상(448%)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안마의자(435%)와 의류건조기(111%), 공기청정기(106%) 모두 2배 이상 신장세를 보였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안마의자는 1089%, 공기청정기는 4124% 늘었다.
렌탈 품목은 점점 다양해지는 추세다. G마켓 소비자들은 식기세척기와 음식물처리기, 커피머신, 에어프라이어, 인덕션 등 각종 주방가전 용품부터 LED마스크, 드라이기 등의 미용기기까지 렌탈 업체에서 빌려 썼다. 반려동물용품인 펫드라이룸과 척추온열의료기기, 눈 마사지기, 그림, 식물 등 다양한 품목이 인기를 끌었다.
렌탈 산업의 사업모델이 입증되면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받는 구독 서비스로도 발전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최근 40여 개 브랜드, 160여 개에 이르는 프리미엄 육아 제품을 구독하는 ‘묘미 베이비페이스’사업을 시작했다. 육아용품 3가지를 원하는 만큼 이용하되 매달 1개씩 교체할 수 있어 구독 형태로 분류된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유아용품은 위생관리가 중요한데 롯데렌탈은 그동안 렌탈 사업에서 관련 역량을 쌓아왔다”며 “렌탈 사업 역량을 구독사업으로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