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본드’ ‘동백꽃’의 매서운 화력, 침체한 브라운관 다시 기지개

입력 2019-09-22 11:23 수정 2019-09-22 11:28
'배가본드'. SBS 제공

한동안 침체했던 브라운관이 화려한 캐스팅과 탄탄한 극본을 내세운 극들로 꽃피우고 있다. 최근 새롭게 첫발을 뗀 금토극 ‘배가본드’(SBS)와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KBS2)가 그 주인공인데, 이들이 지속됐던 지상파의 부진을 말끔히 씻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배가본드는 제작 단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던 작품. 25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에 더해 모로코, 포르투갈을 오가는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진행됐다. 약 6년 전 ‘구가의 서’(MBC·2013)에서 호흡을 맞춰 작품을 히트시켰던 청춘스타 이승기-수지의 캐스팅은 기대에 불을 지폈다.

실제 극은 제작비 규모에 걸맞은 화려한 시퀀스를 자랑했다. 차달건(이승기)이 비행기에 테러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배후를 추격하는 이야기가 숨 가쁘게 펼쳐졌다. 모로코의 이국적인 풍경과 격투신, 차를 타고 벌이는 추격전 등은 해외 인기 액션 영화 시리즈들을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방송 첫날과 이튿날 각각 10.4%(닐슨코리아), 10.3%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만 1시간 분량의 내용을 3개로 나눠 내보내는 ‘쪼개기 편성’은 아쉬움을 샀다. 광고의 수익적 측면을 고려한 것일 텐데, 광고가 20분마다 들어가면서 극의 흐름을 끊고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이승기-배수지, 두 남녀 주인공의 연기에 대해서도 아직은 호불호가 갈리는 모습이다. 발군의 연기인 것은 맞지만, 무거운 극의 분위기와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진다는 평이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할리우드 영화 ‘본’ 시리즈나, ‘007’ 시리즈 등 첩보극 문법에 익숙한 만큼 첩보물 특유의 기시감을 극복해나가는 게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백꽃 필 무렵'. KBS 제공


동백꽃 필 무렵은 담백한 로맨틱 코미디에 스릴러 장르를 조합한 신선한 문법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8일 방송분 1, 2회에서 7.4%로 준수한 성적을 보이더니 이튿날 방송된 3, 4회에서는 8.3%까지 올랐다.

‘쌈, 마이웨이’(KBS2·2017) 등 숱한 히트작을 써낸 임상춘 작가의 극본이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차영훈 PD는 동백꽃 필 무렵에 대해 “편견에 갇힌 여자 동백(공효진)이 편견을 깨고 나아가는 성장담이면서 동백을 우직하게 응원하는 기적 같은 남자 용식(강하늘)이의 멜로이자 동네 사람들의 휴먼 스토리”라며 “(축구 전술에 빗대자면) 4-4-2 전술의 드라마다. 넷만큼의 멜로, 넷만큼의 휴먼, 둘만큼의 스릴러가 담겨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드라마”라고 소개한 적 있다.

실제 싱글맘 동백의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첫발을 뗀 드라마는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 동백과 용식의 설레는 첫 만남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극의 초반과 끝에는 어김없이 연쇄살인범의 살인 예고 등 동백의 죽음과 관련된 소재가 끊임없이 등장해 긴장감을 부여하는데, 이런 이질적인 두 장르의 결합이 독특한 리듬을 자아낸다.

배우들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로맨스 장르라면 일가견 있는 공효진과 강하늘은 물론 고두심 오정세 염혜란 전배수 김선영 김지석, 동백의 아들 필구 역을 소화하는 아역 김강훈까지 저마다 빈틈없는 연기로 극을 가득 채운다.

이런 작품성에 힘입어 시청률도 한동안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차 PD는 앞선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동백꽃 필 무렵은 따뜻한 드라마다. 자극적이거나 센 설정은 제외했다. 소소하고 따뜻하고 정감 가고 시청자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며 “각자의 첫사랑도 떠오르고, 고향에 계신 엄마에게 전화하고 싶고, 자는 자녀들의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싶어질 것이다. 자신 있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