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접근’ 강조한 이도훈, 워싱턴으로 출국…유엔총회 이후 북·미 대화 재개 관측

입력 2019-09-19 16:45 수정 2019-09-19 16:55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적극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용의를 밝힌 가운데 한·미도 적극 움직이고 있다. 우리 측은 미국에 ‘유연한 접근’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의 ‘새로운 계산법’에 맞춘 진전된 조치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다음주 유엔총회 이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본격화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9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떠났다. 이 본부장은 출국에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북·미가)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나가고 여러 가지 문제에 있어서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오려면 서로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북한이 대화 재개 의사를 밝힌 시점에서 한·미 간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이 ‘유연한 접근’을 강조한 것은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계산법’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우리 측이 미국에 ‘유연한 접근’을 강조하고,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간 북한을 협상테이블에 끌어들일 다양한 아이디어도 공유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경질된 것도 미국이 ‘유연한 접근’을 토대로 진전된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을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1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주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후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 일정이 마무리되고 오는 30일 이후 북한이 본격 대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일단 유엔총회가 끝나고 이달 말부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시작될 것 같다”며 “‘유연한 접근’은 북·미 모두에 서로 양보하라는 것으로 큰틀에서 합의하고 단계적으로 실행하는 방향”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실무회담은 정상회담까지 가기 위한 일종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미가 물밑에서 접촉을 하고 있지만 실무협상 개시 시기가 특정된 것 같지는 않다”며 “일단 만남을 갖자고 하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 다음 달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연한 접근’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중심으로 북한은 ‘동결’로 조금 더 성의를 보이고, 미국은 연락사무소 개소 등을 주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의 핵 과학자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이날 아시아태평양 핵비확산군축 리더십네트워크(APNL)-동아시아재단(EAF) 초청 세미나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 “영변 대부분을 가동 중단하고 폐기하는 것은 큰 일이며 매우 긍정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핵화는 북한 핵 프로그램의 심장인 영변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핵 전문가로 손꼽히는 해커 박사는 2010년 11월 북한 당국의 초청을 받아 영변의 우라늄농축시설 내부까지 들여다 봤었다.

이상헌 손재호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