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줄줄이 파일럿 예능들을 선보인 방송사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빼어난 만듦새에도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프로그램들과 시청률과 화제성을 두루 잡은 프로그램들로 나뉘었다.
흔히 각 방송사의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맞부딪치는 명절 시즌은 각 예능의 정규편성 가능성을 점치는 시험대로도 여겨진다. 이번 추석 특집 대전에서도 ‘백종원 카드’는 여전히 대단한 화력을 발휘했다.
주인공은 ‘맛남의 광장’(SBS). 지역의 특산품을 활용해 개발한 신메뉴를 휴게소 철도역 공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서 선보인다는 얼개의 프로그램이었다. ‘골목식당’ 등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이관원 PD와 재회한 프로그램인 데다 양세형 박재범 백진희 등이 출연해 기대를 모았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자리 잡은 백종원과 출연진들은 충북 영동의 특산물인 표고버섯, 복숭아, 옥수수 등을 활용해 버섯 국밥, 멕지콘(멕시코 지니 콘꼬치) 등을 만들어 판매했다.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의 주문이 몰려드는 등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요리를 만드는 과정이 담백하게 담겼다.
무엇보다 단순한 요리 예능이 아니라는 점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은 모습이다. ‘골목식당’과 비슷한 듯 달랐다. 단순히 음식만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특산물을 알리고 가능성을 살펴보며 지역경제 살리기에 일조한다는 공익성도 놓치지 않았다.
전파를 탄 13일 시청률 6%(닐슨코리아)를 기록했는데, 이런 높은 시청률과 호응에 힘입어 정규 편성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선보일 수 있는 지역 특산물과 요리 또한 무궁무진하다. 다만 이미 ‘골목식당’이 해당 채널 간판 예능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 프로그램도 편성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0년 처음 시작돼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추석특집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MBC)’는 12일과 13일 각각 5.2%과 4.5%를 기록하며 무난한 성적을 보였다.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새로운 모습과 끼를 살펴본다는 재미는 여전했다. 다만 항상 시청률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던 아육대 역대 시청률과 비교했을 땐 최저치로 아쉬운 성적이었다. 육상, 양궁 등 기존 종목 외에 e스포츠, 투구, 승마 등을 종목을 폭넓게 추가했지만 이들 모두 생소한 종목이라 관심을 두루 끄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10년간 계속되며 굳어진 비슷한 진행방식과 프로그램 포맷에 대한 기시감도 시청률 부진에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부터 이틀간 전파를 탄 ‘부르면 복이와요 달리는 노래방’(KBS2)은 각각 7.5%, 7.9%를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명절 분위기를 흠뻑 살려 노래방 트럭을 타고 각지를 찾아간다는 내용의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다.
트로트 가수 설하윤 등 초대 손님들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리는 등 큰 화제성을 보였는데, 몸을 사리지 않고 흥겹게 참여했던 시민들의 공이 컸다. 유세윤과 붐의 유머러스한 진행도 힘을 보탰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두루 잡아낸 만큼 정규편성의 가능성도 클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년층 취향의 프로그램으로 시청층이 제한적이고 명절용 프로그램의 인상이 강하다는 점은 넘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14일부터 이틀간 전파를 탄 토론쇼 ‘신동엽VS김상중-술이 더 해로운가, 담배가 더 해로운가’(SBS)도 신동엽과 김상중의 유쾌한 호흡을 담아내며 인기를 끌었다. 다소 엉뚱한 주제이지만 다양한 통계 자료와 시민 인터뷰 등을 두루 담아내며 공감을 끄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2회 시청률 5.9%를 기록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