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와 가계의 대출이 19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자영업 대출이 크게 늘은 것이다.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 속에서 실질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차주의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자영업자(개인사업자)와 가계의 대출 잔액은 전분기말 대비 28조원 늘어난 1893조원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들이 받은 대출은 전분기 말보다 12조6000억원 늘어난 425조9000억원이었다.
특히 업종별로 도소매·숙박음식업 등 서비스산업 대출금 잔액은 전분기말 대비 16조2000억원(9.6%) 증가한 70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서비스산업의 대출금이 7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 증가가 사업장 운영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한 생계형 대출이 주를 이뤘다는 점이다. 서비스산업 대출금 중에서 운전자금 대출은 392조1000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55.8%를 차지했다.
가계대출은 15조4000억원 늘어 146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사업자대출 차주가 보유한 가계대출 228조4000억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자영업자 대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연체도 함께 늘어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말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40%로 전월 0.39% 대비 0.01% 포인트 상승했다.
금감원 측은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높아진 이유로 최근 업황 부진이 두드러진 도소매·숙박음식업 등을 중심으로 채무상환능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 하반기에도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실질 대출금리는 더 올라갈 수 있다. 이럴 경우 자영업자와 가계의 빚 부담은 늘어나 소비가 위축되는 악재가 겹치게 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자영업 대출은 당장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뇌관은 아니다”라면서도 “경기침체 시 자영업자의 업황이 타격을 받아 이들의 대출도 부실화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