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민정수석 할 때 뭐했습니까? 어떻게 했길래 검찰이 이 모양입니까?”
지난 6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검찰이 조 장관 관련 수사 내용을 외부에 유출하고 있다며 “검찰이 정치를 하고 있다.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 장관을 상대로 ‘민정수석일 때 검찰 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취지의 지적을 했다. 조 장관은 “죄송하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인회 인하대 로스쿨 교수가 2011년 공동 집필한 ‘검찰을 생각한다’의 내용도 언급했다. 이 의원은 “이 책에는 ‘참여정부가 검찰 개혁을 한 결과 참여정부가 끝나고 나서도 개혁을 둘러싼 참여정부와 검찰의 대립은 남아 있었다. 그 결과가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이었다’는 내용이 있다. 여기에 동의하시냐”고 물었다. 이어 “이런 검찰을 개혁하기 위해서 조 후보자가 더 철저하고 치밀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검찰을 상대로 개혁을 하려면, 우리가 준비가 되지 않으면 어떻게 된다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비극에서 저는 충분히 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개혁에 나섰던 노 전 대통령에게 수사로 보복했다는 논리다. 이 의원은 조 장관이 ‘철저한 준비’를 해서 소위 ‘정치 검찰’에 당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 것이다. 조 장관은 이에 대해 “제가 철저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의원 발언의 전제는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 내용을 흘리면서 조 장관을 ‘망신주기’한다는 것이다. 검찰이 ‘개혁 세력’인 조 장관 취임을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들은 언론에 보도되는 각종 의혹들의 출처가 검찰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 의심은 2009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때 있었던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에서 출발했다. ‘논두렁 시계’ 사건이 대표적이다. ‘예전에도 그랬으니 지금도 그럴 것’이라는 추측이다. 여권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 자체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검찰이 조 장관 사건과 관련해 실제 피의사실 공표를 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청와대와 민주당,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등은 “검찰만 갖고 있는 자료가 외부로 유출됐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조 장관의 딸 생활기록부, 조 장관 5촌 조카 통화 녹취록 등을 예로 들었다. 다만 생활기록부는 한영외고 교직원이 열람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녹취록은 통화 당사자로부터 몇몇 언론사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 기록을 외부에 유출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피의사실 공표는 여권이 검찰을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인데, 뚜렷한 근거가 없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수사의 당위성이다.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은 국민적 관심사가 됐고 이에 대한 고발장도 검찰에 접수됐다. 사실 관계를 신속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말맞추기 등 증거 인멸 가능성도 제기됐다. 검찰은 이에 따라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제까지 여론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았던 사안에 대해 거의 어김없이 검찰 수사가 이어져왔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은 아니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청와대와 여당은 조 장관 관련 수사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냐”며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지 않고 종속돼 있어 개혁해야 한다고 한 분들 아니냐”고 지적했다. SBS가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26명을 대상으로 지난 9~11일 여론조사한 결과를 보면,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당한 수사’라는 답변은 60.2%, ‘무리한 정치개입’이라는 답변은 35.6%로 12일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1.1%.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현 검찰총장이 문 대통령이 신임하는 윤석열 총장이라는 점도 짚어야할 대목이다. 청와대는 지난 6월 윤 총장을 총장 후보로 지명하며 “검찰 개혁을 훌륭하게 완수할 것”이라며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줬다”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고 강조했다. 이런 평가는 검찰이 조 장관 관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압수수색을 하자마자 정반대가 됐다. 이해찬 대표는 압수수색 다음날 “가장 나쁜 검찰의 적폐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적폐 청산의 상징’을 ‘적폐’로 지목한 것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페이스북에서 “미쳐 날뛰는 늑대”라고 검찰을 비난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개혁의 ‘적임자’라며 직접 임명한 윤 총장을 ‘우리 편’ 수사 한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하고 있다”며 “결국 ‘우리 편은 건드리지 말라’는 외압 아니냐”고 말했다.
문재인정부는 그간 여권 인사에 대한 검찰 수사에 불쾌감을 표해왔다. 수사에 대놓고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현 정부 수사는 하지 말라’는 의중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수사 때도 청와대 내부에서는 ‘검찰이 언론에 수사 내용을 흘렸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최근 검찰 인사에서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한 검사들을 좌천시켰다. 그와 반대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전 정부와 관련된 수사를 한 ‘특수통’ 검사들은 약진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검사들과 현재 조 장관 관련 수사를 하는 검사들은 모두 같은 특수통 검사들”이라며 “지금 윤 총장이 휘두르는 ‘칼’은 현 정권이 쥐어준 것인데 자신을 향해 휘두르니 이제 칼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여권이 보여주는 검찰 비판은 트라우마와 공포 심리에서 나온 것”라며 “수사 대상에서 ‘우리 편’은 빠져야 하는데 통제가 안 된다고 느껴지니 이제 와서 특별수사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 장관은 취임 이틀 만인 11일 “직접수사 축소 방안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등 여권이 최근 조 장관 관련 사건 수사에 대해 내놓는 발언들은 정부의 개혁 방향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그간 여권은 ‘정치 검찰’로 대변되는 편파적인 수사를 개혁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검찰의 중립성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항상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언급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 내부에서는 최근 “중립적으로 수사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쿠데타’라며 욕을 하고 좌천 인사를 낸다”며 “이게 조 장관이 말하는 개혁이냐”는 성토가 나온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이 각각 대검 간부를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윤 총장을 지휘 라인에서 배제한 ‘조국 특별 수사팀’을 꾸리자고 제안한 데 대해서도 격앙된 반응이 많다.
조 장관은 ‘개혁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다. 취임하자마자 “검찰 개혁 추진 지원단을 구성하라” “검찰 직접 수사를 축소하라” “내부 감찰을 활성화하라”는 등 매일 법무부와 검찰에 지시를 쏟아내고 있다. 법무부 장관의 지시 사항이 하나하나 공개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부인 등에 대한 검찰 수사 보다 ‘개혁 작업’에 여론의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빠르게 인사권을 행사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명분은 있다. 정부는 지난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다음 인사를 위해 고검장 등 6석의 자리를 비워놓았다. 다만 인사권 행사가 조 장관 일가 수사에 대한 ‘힘빼기’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극심한 논란 끝에 조 장관을 임명하며 오로지 ‘개혁’ 때문이라고 말했다”며 “조 장관의 개혁이 여권의 검찰 장악 시도로 귀결된다면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