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특색있는 대사관들이 많다. 건립된 지 129년 돼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영국대사관, 근대건축계 거장인 김중업이 설계한 한국현대건축 걸작인 프랑스대사관, 자작나무숲과 산을 모티브로 설계된 캐나다대사관, 고대 이집트 문명을 재발견하게 한 로제타스톤을 재해석해 지은 이집트 대사관, 한옥과 마당을 건축의 주요 키워드로 삼은 현대적 건축물 스위스 대사관, 주재국의 전통건축 양식으로 지은 국내 최초의 건축물인 미국대사관….
서울시가 오는 20~29일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시민참여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도시안의 영토, 국제 교류 공간’이라는 주제의 ‘오픈하우스서울 2019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평소 가보기 어려운 6개국 주한대사관 공간 곳곳을 시민에 개방한다고 11일 밝혔다. 오는 16일 오후 2시부터 오픈하우스서울웹사이트를 통해 지원자를 선착순 모집한다.
서울시는 또 100년 넘은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현존하는 건축물 중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신학교인 옛 용산신학교 등 근대 선교사들의 민간 교류 공간도 시민에 개방한다.
아울러 구한말 왕실의 국제 교류공간인 덕수궁과 정동·사직동을 중심으로 한 근대의 국제교류 공간을 엿볼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3.1운동 독립선언서 등을 외신으로 처음 보도한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의 가옥 ‘딜쿠샤’, 구한말 러시아 출신 손탁이 건립해 내·외국인의 사교장으로 쓰였던 ‘손탁호텔’ 터 등이다.
서울시는 외교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기인 구한말부터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울에 자리잡은 ‘국제·민간교류공간’을 시민들이 탐색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총 11개 프로그램이 40여 회 진행된다. 각 장소별로 건축가, 교수 등 전문가나 대사관 관계자가 해당 건축물에 얽힌 역사적 스토리, 해당 국가의 문화 등을 설명한다.
11개 프로그램은 현대 국제교류공간 ‘대사관 및 대사관저 오픈하우스’ 6개 프로그램, 근대 국제교류공간 ‘100년 성당 오픈하우스’ 2개 프로그램, 3개 투어프로그램인 아침산책시리즈 ‘덕수궁, 왕실의 외교공간 투어’ ‘정동에서 만난 국제교류공간 투어’ ‘사직동에서 만난 국제교류공간 투어’로 구성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현대, 근대, 구한말 민간·국제교류공간을 투어하면서 건축, 공간, 도시를 즐기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