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북한 눈치 봤나…내륙낙하 정황 파악했는데도 ‘축소’ 발표

입력 2019-09-11 01:06
북한 관영 매체가 지난달 25일 공개한 '초대형 방사포'의 발사 장면. 연합뉴스

북한이 10일 쏜 단거리발사체 2발 중 1발이 북한 내륙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 당국은 이런 정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도 발표를 쉬쉬해 “지나친 북한 눈치 보기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복수의 군 소식통은 11일 “북한이 전날 쏜 단거리 발사체 중 1발은 내륙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합참도 내륙 낙하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한이 전날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쪽으로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 2발 중 1발은 무수단리 인근 바위섬을 향해 330㎞를 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1발이 동해를 향해 200㎞ 이상을 비행하다가 갑자기 내륙에 떨어진 정황이 군 정보당국에 포착됐다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우리 군은 10일 오전 6시53분, 7시12분쯤 북한이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쪽으로 발사한 미상(미확인)의 단거리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례적으로 최대 비행거리가 330㎞라는 점만 발표했을 뿐 정점고도나 비행속도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게다가 합참은 2발이 서로 다른 비행거리를 나타냈다는 사실도 밝히지 않았다.

합참은 2발 중 1발이 북한 내륙에 떨어진 정황을 이미 파악해놓고도 북한 눈치를 보느라 이를 제대로 발표하지 않았다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지시해 쏜 발사체 1발이 내륙에 떨어졌다는 사실이 한국군 당국에 의해 확인된다는 것은 북한 정권으로선 상당히 수치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합참이 이런 이유로 발사체 관련 정보를 의도적으로 최소화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이 합참 발표를 뒤집는 발표를 하거나 이에 배치되는 발사 장면을 공개할 경우 한국군 탐지 능력의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합참이 올해 이뤄진 북한의 10차례 단거리발사체 발사 중 정점고도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특히 지난달 진행된 5차례 발사 때에는 합참이 정점고도와 비행거리뿐 아니라 비행속도까지 공개한 바 있다. 다만 합참은 지난 5월 4일에 북한이 쏜 발사체에 대해 “분석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축소 발표 의혹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의 탐지 능력을 북한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날 북한이 쏜 발사체는 올해 5월부터 집중적으로 시험발사되고 있는 신형 단거리 무기 4종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추정됐다. 군사 전문가들은 실전배치를 앞둔 ‘초대형 방사포’나 북한판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의 사거리와 정밀 타격 성능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