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중부 소도시에서 네오나치(신나치주의) 극우정당 소속 의원이 시장으로 뽑혀 논란이 일고 있다. 독일 정가에서는 선출을 무효화하라며 분노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현지시간) 독일 헤센주 프랑크푸르트 인근 알텐슈타트 발트지틀룽 의회가 신나치주의 정당인 국가민주당(NPD) 소속의 슈테판 약슈(33) 의원을 시장으로 선출했다고 전했다. 발트지틀룽은 인구 2650명의 소도시로 의원들이 시장을 선출한다. 의회 의원 7명은 만장일치로 약슈 의원을 시장으로 뽑았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들 의원은 중도보수 성향의 기민당, 좌파 성향의 독일 사회민주당, 자유시장 경제를 지향하는 자유민주당 등에 각각 소속돼 있다. 약슈 의원은 단체장에 지원한 유일한 후보였다. 약슈 의원은 “마을의 이익을 위해 건설적이고 초당적인 입장으로 일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알텐슈타트 지역 의원들이 약슈 의원의 시장 선출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과 달리 중앙 정가에서는 일제히 반기를 들고 나섰다. 집권 기민당의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 등은 발트지틀룽 의회의 표결 결과를 무효화하라며 압박에 나섰다. 기민당 사무총장은 “반헌법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정당의 후보를 지자체장으로 선출하는 것은 수치스럽다”고 비난했다. 라르스 클링바일 사민당 사무총장 역시 “사민당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 우린 나치와 협력하지 않는다. 절대 안 된다. 이는 연방정부, 주정부, 지자체 단위에서도 마찬가지다”라며 “알텐슈타트의 결정은 이해할 수 없고 정당화할 수도 없다. 즉시 번복하라”고 주장했다.
네오나치로 불리는 NPD는 반(反)유대주의 등 인종주의와 옛 ‘독일 제국’의 영토 회복을 내세우는 극우 정당이다. 최근 반유로·반이슬람을 기치로 내세우며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독일을 위한 대안’은 NPD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온건한 편이다. NPD는 1964년 창당 이래 한때 구서독 11개 주의회 중 7곳에 의석을 보유한 적이 있다. 특히 1969년 연방하원 선거 땐 4.3%를 득표해 의회 입성 문턱까지 위협했다. 하지만 현재는 작센주 등 구 동독의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당원이 5000여명에 불과하고, 연방의회는 물론 연방 전역의 16개 주의회에도 의석이 없는 등 크게 쇠락했다.
앞서 독일 연방 상원은 2011년 ‘국가사회주의지하조직’이라는 네오나치 테러단체가 발각돼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2013년 나치 추종을 이유로 NPD에 대한 정당해산을 청구했다. 하지만 연방 헌법재판소는 2017년 NPD가 반헌법적이지만 실질적인 정치력이 미약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에 독일 연방 정부는 지난해 연방 상원·하원과 함께 NPD에 대한 정당지원금 지급 중단을 연방 헌법재판소에 신청했다. 앞서 2017년 기본법 21조를 유권자의 지지율과 관계없이 반(反)헌법적인 활동을 하는 정당에 대해 정당보조금 지금을 중단하는 내용으로 개정한 바 있다.
중앙 정치권의 강한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발트지틀룽 의회는 약슈 의원의 시장 해임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역 사회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선 “약슈는 좋은 사람이지만 올바르지 못한 정당에 소속돼 있다는 게 문제”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일분에선 “약수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고 옹호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