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우승은 맨시티 or 리버풀?···일찌감치 양강체제로 접어든 EPL

입력 2019-09-09 15:17 수정 2019-09-09 15:29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 지난달 4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커뮤니티 실드 경기 후 관중석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AP연합뉴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이 지난달 31일 영국 번리의 터프 무어에서 열린 번리 FC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 중 선수들을 향해 지시를 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이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극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4라운드까지 리버풀이 1위(4승), 맨시티가 2위(3승 1무)로 나란히 무패행진을 달리며 유이하게 승점 10점을 돌파했다. 우승팀을 예측하기 힘들었던 EPL의 과거 모습이 사라지고 ‘양강체제’가 들어섰다는 평가다.

양강체제의 시작은 지난 시즌부터다. 지난 시즌 맨시티와 리버풀은 각각 승점 98점, 97점으로 3위 첼시(72점)와의 승점을 25점 이상 벌렸다. 골득실에서도 최다득점(95골)을 기록한 맨시티가 1위(+72골), 최소실점(22골)을 기록한 리버풀이 2위(+67골)를 기록했다. 골득실 3위 토트넘 홋스퍼(+28골)보다 40골 정도 앞선 수치다.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지난 시즌 맨시티는 EPL 우승, 리버풀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에도 파죽지세는 이어지고 있다. 양팀은 각각 경기당 3골 이상을 득점(맨시티 14골·리버풀 12골)하며 득점 3위권(7골)의 약 2배를 기록하고 있다. 골득실에서도 맨시티가 1위(+11골), 리버풀이 2위(+9골)로 골득실 공동 3위인 레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3골)의 3배를 넘는다.

리버풀의 경우 올 시즌 별다른 영입도 하지 않았다. 이적시장 전문매체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리버풀은 올 시즌 영입에 약 25억원을 썼다. EPL 20개 팀 중 최저다. 맨유(약 2112억원)·아스날(약 2024억원)·토트넘(약 1514억원) 등 상위권 팀뿐 아니라 아스톤 빌라(약 1973억원)·에버튼(약 1592억원)·레스터 시티(약 1408억원) 같은 중하위권 팀보다도 훨씬 적은 지출이다.

현명한 투자와 높은 완성도가 성적으로 이어졌단 평가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오랜 기간의 현명한 투자가 성적으로 이어지고 다시 브랜드 가치와 스폰서십 수익이 늘어나 재정이 안정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했다”고 분석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도 “훌륭한 감독들이 다년간 양질의 선수들과 함께 팀을 다져 완성도가 높다. 감독·멤버·전술·조직력 모두 다른 팀들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도전할 팀이 마땅치 않아 양강체제는 한동안 굳건히 유지될 전망이다. 한 해설위원은 “토트넘은 오랜 기간 팀에 변화를 주지 못해 정체됐고 아스날과 첼시는 감독 전술이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과도기, 맨유는 선수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고액을 지출해 투자에도 소득이 없는 혼란기다. 당분간 양강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해설위원도 “지난 시즌에 비해 빠져나간 선수가 없고 오히려 스쿼드가 보강돼 다른 팀들이 따라가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