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北 협상복귀 안하거나 미사일 쏘면 트럼프 실망할 것”

입력 2019-09-09 07:47 수정 2019-09-09 10:12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8일(현지시간) “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지 않거나, 북·미 기존 합의와 일치하지 않는 미사일 시험을 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실망할 것(very disappointed)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AP뉴시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화를 요구하면서 단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을 촉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며칠 내 또는 아마도 몇 주 안에 그들(북한)과 함께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협상 복귀)이 북한 주민들을 위한 최고의 결과”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북한)의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단거리 미사일 시험 중단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단거리 미사일 시험을 계속할 경우 우리(미국)는 실망할 것”이라고 반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가 그것(단거리 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북한의 태도를 촉구했다. 북한이 북·미 대화를 계속 거부하거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대북 강경책으로 선회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미 비핵화 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핵무장론이 제기될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강한 후폭풍을 남겼다. 이런 상황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짝사랑이 실망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말로만 하는 압박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약속 위반이 아니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번 인터뷰에서 ‘북한의 최근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유엔 대북 결의 위반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은 매우 분명하며 김 위원장이 유엔 대북 결의를 아직 위반한 건 아니다”고 북한을 두둔했다.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피하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내 무장 반군 세력인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전격 중단한 과정을 설명하다가 북한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선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이해할 수 없는 요구를 북한이 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장을 나왔다”면서 “그는 이란과의 협상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이 합의를 어겼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를 중단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탈레반이 약속을 어길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과 이란·중국을 예로 들면서 신뢰가 깨졌거나 의미 없는 협상은 중단시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설명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레반이 미군 1명 등의 사망자를 낸 카불 공격을 자행했다고 주장하자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자신과 탈레반·아프가니스탄 지도자들 간의 비밀회담을 취소한다고 7일 전격 발표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