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은 간소하게, ‘명절증후군’은 쇼핑으로

입력 2019-09-09 07:00
홈플러스가 '추석간편식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모델이 추석간편식 상품을 모아놓은 곳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추석에 가정간편식(HMR)으로 식사를 함께 하고, 밀키트로 차례상을 차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통가는 추석 특수에 이어 ‘명절증후군’을 쇼핑으로 해소하는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9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명절에 가정간편식 매출 신장률이 2017년 24.1%에서 지난해 40.8%로 1.5배 이상 증가했다. 이마트는 HMR 자체 브랜드(PB)인 피코크로 제수음식을 구성해 내놨다. 2014년 추석 직전 일주일간 4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피코크 제수음식은 지난해 같은 기간 약 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4년 동안 3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이렇게 명절을 앞두고 HMR 매출이 오르는 것은 명절 상차림이 가벼워지고 혼자서 추석을 보내는 인구도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명절이라고 특별히 한 상을 차리는 대신 가정간편식으로 간편하게 해결하는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유통업계는 추석을 앞두고 각종 전이나 산적, 불고기, 잡채 등 다양한 메뉴들을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HMR 제품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마트는 오는 18일까지 40종의 피코크 제수상품 행사를 진행하고, 홈플러스는 ‘차례상 식재료’ 기획전을 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HMR 상품 구성을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늘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도 나섰다. G마켓과 옥션의 당일배송관은 등록해 놓은 주소지 주변의 마트에서 원하는 시간에 배송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추석 상차림에 필요한 제품을 당일 배송이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제품 배송은 홈플러스, GS프레시, 롯데슈퍼 등에서 이뤄진다. 쿠팡도 당일배송, 새벽배송의 강점을 활용해 추석 관련 제품들을 팔고 있다.

유통업계가 최근 들어 공략하는 지점은 ‘명절 이후’다.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는 이들이 쇼핑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려 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다양한 힐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최근 2년 동안 명절 직후 소비패턴을 분석해보니 여행상품은 20%, 패션 및 뷰티 제품군은 30% 이상 주문 건수가 늘었다.

롯데홈쇼핑은 이와 같은 분석을 토대로 오는 14~15일 여행상품, 패션 상품 등 명절 스트레스를 풀어줄 만한 상품을 집중 편성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도 ‘추석 연휴 힐링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패션 상품군, 잡화 등에서 다양한 할인 행사를 펼친다.

지난해 추석 연휴 이후 일주일 동안 신세계백화점의 매출 신장률을 보면 아웃도어 부문 30.3%, 패션 부문 20.4%, 잡화 부문 6.2%를 기록했다. 명절 전에는 식품 관련 선물 매출이 높고, 명절 직후에는 가족과 나를 위한 선물을 사려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추석 직후 모피 초대전, 20~30대를 겨냥한 ‘탑셀러마켓 팝업스토어’ 등의 기획전을 연다.

황범석 롯데홈쇼핑 상품본부장은 “명절 연휴로 지친 이들을 달래줄 수 있는 상품들이 준비됐다”며 “쇼핑을 통해 명절을 건강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