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美연준 의장 “경기 침체 예상 안해…적절히 행동할것”

입력 2019-09-07 12:19
커들로 미 NEC 위원장 “미·중 갈등 해소, 냉전 때처럼 수년 걸릴 수도”
“한국, 무역분쟁 영향으로 수출 1% 줄 때 소비 0.15%, 설비투자 0.29% 감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국의) 경기 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국으로 퍼지고 있는 ‘R(Recession·경기 침체) 공포’에 선을 그은 것이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을 미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파월 연준 의장은 6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스위스 중앙은행의 주관 행사에 패널 토론자로 참석해 “우리는 (경기) 침체를 예상하지 않고 있다. 가장 가능성 있는 전망은 완만한 성장”이라며 “침체가 닥칠 것이라는 게 우리의 주요 전망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가 순항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런 경기 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적절히 행동하겠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지난달 말 공개 연설 자리에서도 한 차례 나왔었다.

파월 의장은 미·중 무역전쟁을 미국 경제의 ‘위험 인자’로 꼽았다. 그는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 일부 기업의 투자를 지연시키고 있다”면서 “특히 공장이나 설비, 소프트웨어 분야의 장기투자가 이어지려면 관련 수요에 대한 확실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2년 동안 미국과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지난 5일 보도했다. 기준으로 삼은 시점은 지난해 초부터 내년 초까지다.

취임 초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초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지난해 7~8월에는 중국산 수입품 2500억달러 규모에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고, 지난 5월엔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세계 GDP 규모가 각각 20조 달러, 85조 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2년 동안 감소가 예상되는 GDP 규모는 미국에서 2000억 달러, 세계적으로는 8500억 달러로 추산됐다.

문제는 무역전쟁이 언제 끝날지 예단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양국의 갈등 해소에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국이 다음달 초 미 워싱턴DC에서 무역협상을 재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 언급한 말이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커들로 위원장은 6일(현지시간) “미·중이 18개월 전부터 협상하고 있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보면 이 기간은 짧은 것”이라며 “이 정도 규모와 범위, 국제적 중요성을 띤 협상에서 18개월은 긴 기간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안의 중요성이 매우 커 우리는 이 문제를 올바로 이해시켜야 한다. 만약 10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같은 상황을 미국이 러시아의 전신인 소비에트 연방과의 협상에서 결실을 보기까지 수십 년이 걸린 점을 일깨우면서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 경쟁’에 비유하기도 했다.

미·중 무역전쟁은 한국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미·중 무역분쟁이 소비와 설비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무역분쟁 영향으로 한국의 수출이 1% 줄 때마다 소비는 0.15%, 설비투자는 0.29%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