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6일(현지시간) 유럽의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불이행을 이유로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는 3단계 조처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외무장관이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에게 이란의 핵기술 연구개발 활동에 대한 제한을 모두 해제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발표했다. 이란이 이날부터 제한을 해제하겠다고 밝힌 핵기술 연구개발은 2016년 1월 핵합의 이후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의 수와 성능을 감소시킨다는 조항이다.
당시 핵합의에 따라 이란은 약 2만기였던 원심분리기를 6104기로 줄였다. 그리고 보유·가동이 허용된 원심분리기는 농축 성능이 낮은 초기 모델로 합의했다. 고성능 모델의 경우 2026년까지 제한된 수량으로 기계적 실험만 하거나 우라늄을 사실상 농축할 수 없는 수준에서 연구개발하기로 했다.
원심분리기에 대한 제한을 둠으로써 이란이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매우 어렵게 하자는 게 핵합의의 목적이었다. 이란이 원심분리기에 대한 제한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라늄 농축 활동은 빨라질 전망이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 의사가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원심분리기 기술과 설비가 향상돼 우라늄 농축이 가속된다면 핵무기 개발 시간을 그만큼 단축시킬 수 있다. 이란은 7일 핵기술 연구개발의 구체적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란은 앞서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지 1년이 되는 지난 5월 8일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는 1단계 조처로 농축 우라늄(우라늄 동위원소 기준 202.8㎏. 육불화 우라늄 기준 300㎏)과 중수의 저장 한도를 넘기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행했다. 그리고 지난 7월 7일 2단계 조처로 우라늄을 농도 상한(3.67%) 이상으로 농축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튿날 4.5%까지 농축도를 올렸다.
지난해 5월 미국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유럽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자 이란은 60일 간격으로 이런 단계적 조처로 대응했다. 상대방이 핵합의를 지키지 않을 경우 이행 범위를 축소할 수 있도록 한 조항(36조)에 따른 합법적 결정이라는 게 이란 입장이다.
3단계 조처를 앞두고 핵합의 서명국인 프랑스와 이란은 핵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원유 선구매를 조건으로 150억 달러(약 18조원)의 신용공여 한도를 유럽 측이 제공하는 안을 논의했지만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핵합의 이행을 축소하는 3단계 조처를 개시한 이란은 60일 뒤에도 유럽이 지금처럼 미온적인 입장이라면 4단계 조처를 취할 예정이다. 하지만 유럽 측이 이란의 요구대로 원유 수입과 금융 거래를 재개하면 즉시 핵합의 이행 축소 조처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