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추석+태풍’, 과수재배농민들 이중고 겪는다

입력 2019-09-06 12:44
경북 안동시 길안면 현하리 김재헌씨 과수원에 사과 '홍로'가 영글어 가고 있다.

“빠른 추석에 태풍까지 몰려온다니 걱정이 태산입니다.”

예년보다 추석이 열흘가량 빨라진 데다 가을장마와 태풍까지 겹치면서 ‘추석특수’에 들떠 있어야 할 경북도내 과수재배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도내 과수 농가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조기 수확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잦은 비로 상품성 저하와 낙과 등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13호 태풍 ‘링링’이 주말 사이 국내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보되면서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어 농가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추석특수를 누려야 할 수확기를 맞은 과일 가격조차 지난해 추석 때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농가들의 시름은 더욱 더 깊어지고 있다.

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최근 3일간 가을철 수확기를 맞는 사과(홍로·상품·10개)의 소매가격은 평균 2만3000원 가량, 배(신고·상품·10개)는 3만5000원, 포도(캠벨얼리·상품·1㎏)는 5300원선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추석을 앞둔 같은 기간보다 사과는 3000원, 배는 1000원, 포도는 1300원 하락한 것이다.
이른 추석으로 수확기가 예년보다 앞당겨졌고 태풍 등의 피해를 우려한 과수농가들이 조기 수확에 나서면서 상품성 저하에 따른 가격 하락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안동시 길안면 사과재배 농민 김동진(55)씨는 “사과는 일조량이 많고 일교차가 커야 당도가 높아지는데 최근 잦은 비로 사과 맛이 덜할까 걱정”이라며 “지난 봄 사과 꽃 개회시기엔 기온이 영하 2~3℃까지 떨어지는 이상기온으로 냉해 피해까지 입어 수확량이 예년보다 30∼40% 정도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인근 택배영업을 하는 농가들도 빠른 추석에다 최근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주문량이 40∼50%나 줄면서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며 “최근 겨우 출하한 홍로 역시 추석 대목을 노렸지만 상품성 있는 사과 가격이 20%나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그 이하의 사과는 아예 거래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추석 대목 정점이 되는 이번 주말, 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한 피해마저 겹쳐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농민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도내 사과 주산지인 안동시 길안면과 청송군 현서면, 의성군 옥산면 등지의 재배농민들은 과수원 곳곳에 태풍을 대비해 지지대를 설치하는 등 피해 예방작업으로 분주했다.

안동시 길안면 사과재배 농민 조재익(62)씨는 “비가 많이 와서 약해진 지반이나 처진 나뭇가지에 지지대를 세워 사과나무가 덜 흔들려 낙과를 막는 방법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이번 태풍이 제발 피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북도농업기술원(이하 기술원)은 최근 태풍 ‘링링’이 북상함에 따라 농업시설물 점검과 농작물 피해 예방을 위한 관리요령을 발표했다.

기술원에 따르면 수확기에 다다른 농작물은 태풍 전에 수확을 서두르고 논·밭두렁, 제방 등이 붕괴되지 않도록 사전 점검하고 정비해야 한다.
벼는 배수로 물꼬와 논두렁을 정비하고 만약 침수됐을 경우 흙앙금과 이물질을 깨끗한 물로 씻어준 후 흰잎마름병, 도열병 등의 병해 예방을 위해 방제작업을 해야 한다.

밭작물은 배수로를 깊게 설치해 습해를 예방하고 바람에 의한 쓰러짐을 예방하기 위해 3~4포기씩 묶어 주거나 지주시설 보강한다.
비와 강풍에 골조 파손과 붕괴, 작물 침수 등이 예상되는 농업시설물은 시설하우스 밀폐 유지와 하우스 끈 당겨두기, 보조 지지대 등 구조보강, 하우스 주변 배수로 정비를 사전에 해줘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