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2일 답보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에 대해 “미국이나 북한이 얘기하고 있는 걸로 봐서는 한번은 만나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해를 넘길 가능성도 열어놨지만 6·30 판문점 회동처럼 북한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9일 국립외교원장에 임명된 김 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김 원장은 현재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북한이 보기에 미국의 셈법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도발이나 권정근 외무성 미국국장에서 최선희 제1부상으로 높여 얘기를 계속 하는 건 미국의 셈법이 바뀌길 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31일 최 부상 명의의 담화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비난하고, 북·미 대화가 계속되는 게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달엔 권 미국국장 명의로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을 비난했다.
김 원장은 급변하는 세계 안보환경에 대해 “근본적인 판이 움직이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강대국 조차도 미래 전략환경에 대한 불안함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새롭게 판이 짜여지는데 있어서 각국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노력은 개별 국가마다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미국이 실망감을 드러내는 것에 관해 “미국 입장에선 앞으로 판을 짜는데 있어 한·일, 한·미·일 협력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종료되는 데 지극히 너무나 당연한 반응을 하는 것”이라며 “근데 이걸 한·미 동맹이 흔들리고 있다는 식으로 미리 예단해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입장에서도) 판을 짜는데 있어서 핵심 중 하나가 한·미 동맹이기 때문에 계속 강조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결국 국익보다 동맹이 앞설 수는 없다는 대원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미가 할 수 있는 교집합을 찾아가는 것이 당연한 주권국가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결정된 주한미군기지(26곳) 조기 환수 방안에 대해서는 “차후에 레버리지로 이용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대구 달성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정치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남북관계 및 외교안보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