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 ‘우산 혁명’ 주역 조슈아 웡 체포… 31일 시위는 취소

입력 2019-08-30 15:57

홍콩 경찰이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 등 송환법 반대시위를 이끌어온 지도부를 체포했다. 홍콩 당국이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재야단체는 폭력 사태를 우려해 이번 주말 예정됐던 송환법 반대 시위 일정을 취소했다.

데모시스토당은 30일 트위터를 통해 “조슈아 웡 비서장이 오늘 오전 7시30분쯤 체포됐다”며 “그는 길거리에서 미니밴에 강제로 실려 갔다. 우리 측 변호사가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조슈아 웡은 완차이에 있는 경찰본부로 호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슈아 웡은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 혁명’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당시 17세의 나이로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올해 송환법 반대 시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조슈아 웡이 전격 체포되면서 홍콩 당국이 본격적으로 강경 대응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정부가 시위에 강경 대응하라고 여러 차례 주문해왔다. 홍콩 행정장관에게 계엄령에 준하는 비상대권을 부여하는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 적용까지 거론됐다.

이에 앞서 지난 29일 밤에는 홍콩 독립을 주장하다가 지난해 강제 해산된 홍콩민족당의 창립자 앤디 찬이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지난 1일 무기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가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난 상태였다.

송환법 반대시위를 이끌어온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이번 주말 예정됐던 시위를 취소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민간인권전선은 당초 31일 오후 홍콩 도심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에서 집회를 연 후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건물 앞까지 행진할 계획이었다.

31일은 지난 2014년 8월 31일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날이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시위대는 이번 시위에서 행정장관 직선제를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홍콩 경찰은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며 집회와 행진 모두 허가하지 않았다. 홍콩 당국이 민간인권전선의 집회와 행진을 모두 거부한 건 처음이었다.

일각에서는 시위 지도부가 경찰과의 극한 충돌을 우려해 시위를 취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21일 열렸던 시위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중련판 건물 앞까지 몰려가 중국 국가 휘장에 검은 페인트를 뿌리고 날계란을 던진 바 있다. 이런 행위는 중국 중앙정부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만약 이번 시위에서도 시위대가 중국 중앙정부를 모욕하고 경찰과 충돌을 벌일 경우 중국에 무력 개입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