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반대하는 홍콩 시위가 27일로 80일을 맞으며 홍콩 최장기 민주화 시위로 기록된 가운데, 시위의 주축인 청년들 사이에서는 항의 활동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한 문신을 새기는 움직임이 확산 중이다.
일본 NHK방송은 28일 홍콩 젊은이들이 송환법 반대시위를 5년 전 대규모 민주화 운동인 ‘우산혁명’에 빗대 우산 모양 등의 문신을 새기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의 문신 스튜디오들은 희망하는 젊은이들에게 무료로 문신을 새겨주는 곳도 있다고 NHK는 전했다. 문신 예술가인 자다 람(28)시는 최근 2개월 남짓 사이 20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항의 의지를 모티브로 문신을 새겨줬다고 NHK에 말했다.
지난 6월9일 시작된 홍콩시위는 최장기 민주화 시위로 기록된 가운데,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26일 시위대의 5대 요구 사안 중 하나인 송환법의 완전 철회 등이 어렵다고 입장을 굽히지 않아 대규모 집회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 청년들은 송환법 반대 시위활동을 기억하기 위해 유행처럼 문신을 새기고 있다.
인기 있는 문신으로는 2014년 우산혁명에서 따온 우산 모양 문신과 홍콩의 기(旗)에 새겨진 꽃 ‘바우히니아’(자형화·紫荊花), 피를 흘리는 눈동자 등이다. 홍콩을 한자로 한 ‘香港’을 새기거나, 영어로 ‘메이드 인 홍콩’(Made in Hongkong)을 새기는 경우도 있다.
우산과 꽃을 혼용한 문신도 있다. 우산이 꽃을 지키는 듯한 문신을 새긴 남성은 문신을 보면 무엇을 위해 시위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지 새롭게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타투(문신)는 최근 홍콩에서 일어난 모든과 럼 어떤 일이 있어도 지울 수 없다”며 “문신을 새긴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 흘리는 눈동자 문신은 지난 11일 한 여성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빈백건(bean bag gun)에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한 데서 모티브를 따왔다. 홍콩의 문신 아티스트 리치 핍슨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검게 두꺼운 선으로 그려진 한쪽 눈에 커다란 붉은 핏방울이 떨어지는 문신을 올렸다. 의뢰인은 경찰에 의해 부상당한 여성과 ‘심각하게 상처받은’ 민간인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