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위당국자가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생각을 바꾸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 연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두고 부정적인 메시지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AFP통신은 27일(현지시간) 미국 고위당국자가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11월 하순 이전에 생각을 바꾸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도 미국 국무부 고위당국자의 말을 인용하며 ‘한일 양측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는 선택을 했으며 한일이 협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AFP통신에 익명을 요구한 미 고위당국자는 이날 “11월 22일까지 지소미아가 종료되지 않는다”며 “미국은 한국이 그때까지 생각을 바꾸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소미아로) 돌아가려면 할 일이 많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7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지소미아가 종료하는 11월 23일까지 약 3개월의 기간이 남아 있다”며 “그 기간에 타개책을 찾아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고 우리는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발언이 “원론적인 말”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지소미아로 복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 정부에 대해 ‘지소미아로의 복귀’를 촉구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으로 압박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 당국자는 “중국이 이 결과(지소미아 종료)에 불만족스러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이는 (동북아) 지역에서의 중국 입장을 강화하거나 적어도 동맹 구조를 덜 위협적으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한국은 미국을 통해 여전히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하지만 또다른 미국 당국자는 그런 방식은 핵무장을 한 북한에 직면했을 때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당 당국자는 2016년 지소미아 체결 이전의 3각 정보공유에 대해 “위기 상황에서 꽤 번거롭고 매우 불편하며 사실상 쓸모없다”며 “특히 위기 상황에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있을 땐 시간이 핵심”이라 말했다고 부연했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가 언론 브리핑을 통해 “(한일) 양쪽이 상황을 진정시키고 진지하게 (협상으로) 돌아오면 고맙겠다”며 “(한일) 양측이 입장을 분명히 했기를 바란다. 우리는 그들이 지금 관계재건을 시작할 수 있게 시도하는 데 여전히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한일 분쟁이) 이 정보공유 합의(지소미아)의 지속가능성을 상당히 해쳤다”면서도 “완전히 가망이 없는 건 아니다. 바라건대 회복될 기회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가 오늘 이 얘기를 하는 것은 한국의 최근 조치가 미국의 안보이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좌시할 수 없는 것”이라며 “우리는 (독도방어)훈련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런 것들은 이 문제 해결에 기여하지 않는 조치들이다. 그저 (상황을) 악화시킨다”고도 했다.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했지만 현재 미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조치부터 독도방어훈련까지 어떤 것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 당국자가 (지소미아) 합의에 대한 한국의 결정과 일요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훈련(독도방어훈련)을 강조하기는 했으나 (한일) 양쪽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미국이 한일 간 실무 수준의 대화 지속에 기운을 얻었다면서 “(한일) 양국에 관계 개선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AFP통신과 로이터통신 모두 미 정부 당국자의 취재진 브리핑을 토대로 한 기사이지만 같은 당국자들의 발언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익명의 고위당국자 발언을 통해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우려를 표명하며 한일 관계의 문제 해결을 원하고 있다는 의중을 전달하려 한 의도로 풀이된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