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유럽사이버범죄방지협약(부다페스트협약) 가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국제 공조를 통해 아동포르노물이나 해외에 서버를 둔 도박사이트, 해외 직접구매(직구) 사기 등 사이버범죄에 철저히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국가안보실 1차장 산하 사이버정보비서관실은 지난 6월 외교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부다페스트협약 가입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부다페스트협약은 인터넷 범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것으로, 일본을 포함한 50여개 국가가 가입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사이버공간은 국내로만 한정되지 않는다”며 “사이버범죄에 대처하려면 다른 나라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국가 간 협조하자는 차원에서 협약에 가입해야 할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회의에서는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 국내법과 부다페스트협약이 충돌하는 부분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가 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협약에 가입하려면 통신비밀보호법 등을 개정해 국외로 사이버범죄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협약은 불법감청과 컴퓨터 이용 사기, 아동포르노물 유포, 저작권법 침해, 컴퓨터 서버 공격과 해킹 등을 사이버범죄로 규정하고 ‘협약 가입국 간 협의해 해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협약에 가입할 경우 해외에 서버를 뒀다는 이유로 수사가 어려웠던 ‘소라넷’ 등 음란사이트 운영자 검거가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해외에서 건너온 아동포르노물과 보이스피싱 단속도 보다 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통신위원회 차원에서 해외 유해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소극적인 규제를 넘어 아예 서버 관리자와 유포자를 잡는 적극적인 수사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협약은 사이버범죄뿐 아니라 살인 등 중범죄의 경우도 증거가 전자자료로 남아 있다면 국제 공조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활용 가능성이 크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법무부가 개인정보보호 방안을 내놓으면 외교부 등과 협의해 가입 시점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해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게 의뢰해 ‘주요국의 사이버 안보 수행체계 비교분석’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김 교수는 보고서에서 한반도 주변 4개국(미국·일본·중국·러시아)과 기타 주요 4개국(영국·독일·프랑스·이스라엘)의 사이버 안보 전략을 분석한 뒤 “한국 현실에 적합한 사이버 안보 수행체계 모델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청와대는 부다페스트협약 가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이버 안보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박세환 이상헌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