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오는 28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에서 한국 제외 조치를 본격 시행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에 이어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조치까지 본격화되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동해 영토수호훈련 같은 강수를 둔 상태다. 강력한 압박으로 일본을 밀어붙였고, 이를 지렛대 삼아 외교채널을 통한 소통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 22일 예정된 나루히토 일왕 즉위 행사까지 남은 시간이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한 ‘외교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 전까지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해 징용 배상 판결 문제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외교채널을 통해서 일본 측 수출규제 조치는 부당하고 조속한 철회 그리고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한국을 수출 관리상의 우대 대상인 ‘그룹A'(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을 28일부터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이날 확인했다. 일본이 예정된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조치를 그대로 시행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조치를 본격 시행하지만 정부는 일단 상황을 보면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외교채널을 통한 대화와 소통 노력은 계속한다. 우리 정부는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와 25~26일 이틀간 독도 등지에서 동해 영토수호훈련을 시행하는 등 일본을 강력하게 압박했다. 이 같은 압박은 협상테이블로 일본을 불러내기 위한 전략이다. 압박 후 일본의 반응을 관망할 시간을 갖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통고하는 등 국가와 국가의 신뢰 관계를 훼손하는 대응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 측이 한·일 청구권협정에 대한 위반을 방치하고 있다”며 “우선은 국가와 국가의 약속을 지키도록 요구해 가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한·일 청구권협정을 거론하면서 징용 배상 판결 문제의 해결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결국 한·일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 원인인 징용 배상 판결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결국 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한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일왕 즉위식이 열리는 10월 22일 전까지 2개월 남짓한 ‘외교 골든타임’을 활용, 한·일 간 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한 해법이 마련된 후 문재인 대통령 혹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하면서 양국이 첨예한 갈등을 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한·일 갈등 해결은 결국 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가 중요하다”며 “10월 22일 일왕 즉위식 이전에 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한 진전이 없으면 누가 가도 실질적인 돌파구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징용 배상 판결 문제 해법은 결국 우리 정부가 얼마만큼 대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가졌는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