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날선 비난을 쏟아냈다. 북한의 민주당 비난은 이례적이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서운함과 실망감이 집권 여당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전 남북 관계 개선은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북한의 대남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주책없이 입방아를 함부로 찧다가는’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조선의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바른 소리를 귀담아듣지 않고 아무렇게나 입부리를 놀려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로부터 혀 밑에 죽을 말 있다고 했다. 주책없는 입방아는 반드시 화를 불러오기 마련이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지난 24일 구두논평을 통해 같은 날 새벽 진행된 북한의 발사체 발사를 비판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무력시위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는 조치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3차례 정상회담과 9·19 군사합의 등으로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여러 합의가 있었는데, 그런 합의의 틀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군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4일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쐈다. 북한은 다음날인 25일 노동신문 등을 통해 전날 동해상으로 쏜 발사체는 새로 개발한 ‘초대형 방사포’라고 밝혔다.
우리민족끼리는 “집권 여당의 정치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보수 것들과 다름없는 저질적인 언행을 일삼는 가벼운 처사는 현 사태의 심각성과 위험성도 제대로 가려보지 못하는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무분별한 언사가 북남(남북)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자멸행위로 된다는 것 역시 명백하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동안 북한은 비난의 화살을 주로 청와대와 자유한국당으로 돌렸다. 지난 11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로 발표한 담화문에서는 청와대를 ‘개’로, 다음날인 12일에는 ‘핵무장론’을 주장한 한국당을 ‘얼간망둥이’(얼간이)로 표현했다. 민주당을 겨냥한 비난은 사실상 보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민주당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민주당을 비난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을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게까지도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비롯해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지연 등에 대한 책임이 민주당에도 있다는 것이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당분간 남북 관계 개선은 필요 없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실무협상에 한국이 조금이라도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조 위원은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에 우선적으로 임하고, 이후 한국과의 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