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태어나면 시민권을 주는 ‘출생 시민권’ 제도는 “웃기는 일”이라며 중단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참전용사단체 암베츠 행사 연설을 위해 켄터키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문답을 하면서 “출생 시민권(중단)을 아주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으로) 국경을 넘어와 아기를 낳으면 ‘축하해요, 이제 아기는 미국 시민이네’ 같은 상황이 된다”면서 “우리는 출생 시민권을 아주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고 솔직히 웃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속지주의에 따라 미국에서 출생한 아이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한다. 한국에서도 자녀가 미국 시민권을 갖도록 하는 원정출산이 병역 면탈 등에 악용되면서 오랫동안 논란이 돼 왔다.
출생 시민권 제도가 없어지면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아기와 불법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물론 부모가 학업과 근로 등의 이유로 미국에 체류하다 태어난 아이들의 미국 시민권 취득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출생 시민권 제도 폐지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후보 시절부터 출생 시민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워 왔으며 2018년 10월에도 출생 시민권 폐지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혀 논란을 불렀다.
미국 수정헌법 제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사람 등을 미국 시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수정헌법에 근거를 둔 출생 시민권 제도를 없애려면 대통령의 행정명령 정도로는 불가능하고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 시민권 중단 검토 발언이 실제적인 제도의 폐지보다는 2020년 재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이민에 강경대응하고 합법이민의 문턱도 높이면서 이민자 유입 차단에 전력, 백인 지지층 결집을 시도해왔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