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운동하신 은사님… 우리의 든든한 언덕이셨죠”

입력 2019-08-21 17:26
연세대 제공

지난 19일 저녁 연세대 루스채플에서는 특별한 음악회가 열렸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오르가니스트 홍려희(53)씨가 스승인 고 김찬국 전 연세대 신학과 교수를 위해 준비한 추모 음악회였다. 연세대 신과대(학장 권수영 교수)와 김찬국기념사업회는 김 전 교수 10주기를 맞아 음악회를 공동 주관했다.

홍씨는 신학을 전공한 뒤 미국 유학 중 우연한 기회에 오르간 연주자로의 재능을 발견해 오르간 연주자가 됐다. 미국 성공회 대성당 음악 감독과 휴스턴대 이론학 강사로 활동했다. 지금은 스페인 마드리드 산타쿠르즈 대성당 오르가니스트, 오르가나리아 교회음악학교 교수로 활동 중이다.

그가 스승의 별세 소식을 들은 것은 타국에 있던 2009년이었다. 84학번인 홍씨는 입학한 해에 김 전 교수를 만났다. 그는 1975년 독재정권 시절 ‘긴급조치 1호, 4호 위반’ 혐의로 해직(77년 3월~84년 8월)된 진보 신학자였다. 독재정권에 맞서다 투옥과 해직이 반복됐지만 어떤 압력에도 굽히지 않고 묵묵히 그의 길을 걸었다. 당시 김 교수는 “나도 84학번”이라 말하면서 학생들과 각별하게 지냈다.

김 교수는 92년 8월까지 교수로 봉직하면서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장, 부총장을 역임했고 92년 정년 퇴임했다. 대한기독교서회와 ‘기독교사상’ 편집위원을 비롯해 평화시장대책위원회 위원장, NCC 신학연구위원과 인권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연세대 제공

홍씨는 “은사님은 민주화 운동을 하는 학생들의 든든한 언덕이 돼주셨다”며 “다음세대에 그분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은 마음에 연주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홍씨는 음악회에서 젊은 바흐의 열정이 담긴 ‘토카타와 푸가 D 단조’를 비롯해 스페인 춤곡을 오르간 연주곡으로 만든 바로크 시대 음악,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대가 프랑수아 쿠프랭의 미사곡 등 다채로운 오르간 연주를 선보였다. 묵직하면서도 고요한 울림 있는 연주에 180여명의 관객들은 갈채를 보내며 김 전 교수를 추모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