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서울 한영외고 재학 당시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의학논문을 지도한 교수가 대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됐다.
하지만 대한병리학회는 “해당 논문은 학술적·과학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며10년 전 학술 검토가 끝난 논문을 재심사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의사협회는 21일 오전 상임이사회를 열고 단국대 의대 A교수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의결했다.
윤리위에서는 A씨가 조씨를 논문 제1저자로 등재하는 과정에 부당한 행위가 있었는지 파악하고 부정 행위가 확인되면 징계할 방침이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고교 2학년이 의학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면서 “제1저자로 표시하는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어 논문을 지도한 A교수를 윤리위에 회부해 조사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A교수가 언론을 통해 ‘조씨를 도와주려고 했다’ 등의 발언을 한 정황을 봤을 때 윤리 위반 행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A교수가 주관한 의대연구소의 2주간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인 2008년 12월 대한병리학회에 제출된 영어논문(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논문은 이듬해 3월 대한병리학회지에 실렸다.
의료 전문가들은 고교생이, 그것도 인문계 학생이 의학논문에 제1저자로 참여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연구 데이터를 정리해 해석하고 논문을 직접 작성한 사람이 제1저자에 이름을 올리는 것인데, 인턴십에 참가한 고교생이 제1저자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대한병리학회는 “해당 논문의 경우 학문적 문제가 없으며 현재로서 논문을 재심사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조씨가 실제 연구에 참여했는지 여부 등 부정 등재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논문 저자에 관한 수정을 공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한병리학회 장세진(서울아산병원 교수) 이사장은 “학회에서 논문 심사를 하고 승인할때 저자의 이름은 블라인드로 하기 때문에 누구 논문인지 알 수 없고, 과학적으로 타당한 논문인지, 학술적으로 가치가 있는지를 검토해 게재한 것으로 학문적 문제가 없으면 저자에 관한 것은 학회에서 알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저자가 실제 논문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등재되는 등의 연구 윤리 문제에 대해서는 저자의 소속기관 등이 확인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논문에 대한 책임저자를 명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만약 출판된 논문의 저자 이름에 오류가 있거나 부정 등재 등으로 논문에서 이름을 빼야 할 경우 학회에서 수정 공고를 내게 돼 있다. 이번 의혹 역시 부정 등재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저자 수정 공고를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논문 전체 철회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