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됐다던 IS…5개월만에 부활

입력 2019-08-20 18:19 수정 2019-08-20 18:35
지난 3월 31일 난민 캠프인 시리아 '알홀' 텐트촌에 빨래가 걸려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마지막 근거지가 소멸됐다고 선언한지 5개월만에 IS가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유엔 등의 정보보고서를 인용해 “IS가 이라크와 시리아 등지에서 산발적인 게릴라전, 금융망 복구, 난민촌에서의 신입 대원 모집 등의 방식으로 힘을 되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이달 초 IS가 시리아에서 재기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IS의 몰락을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여전히 이라크, 시리아 등지에서 IS의 잔존 세력이 활동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IS는 올해들어 지난 6월까지 이라크 니네베, 살라후딘, 키르쿠크, 디얄라, 안바르 등의 주에서 139차례의 공격을 감행했다. 274명이 목숨을 잃었고 대다수는 민간인이었다. 미 공군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의 폭격기가 이라크·시리아에 투하한 폭탄과 미사일은 총 135발에 달한다. 5개월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NYT는 이 같은 수치가 “IS의 부활을 보여주는 중요 지표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유엔 안전보장위원회 대테러위원회 분석가들도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IS 지도자들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군사적으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국가들에서 궁극적 부활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며 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4월~6월까지의 IS의 활동에 대한 평가서다. IS는 여전히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1만8000명의 무장대원들을 동원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IS의 지하 세포조직과 타격대들은 치안병력 및 마을 지도자들을 상대로 저격, 납치, 암살 등을 자행하고 있다. 자금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IS는 이라크·시리아의 농업 종사자들에게서 자금을 강탈해 이를 수산 양식업, 자동차 거래, 대마초 재배 등의 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군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NYT는 “IS가 여전히 4억 달러(약 4850억원)에 달하는 군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 북동부 지역의 ‘알-홀(Al Hol)’ 난민캠프는 거대한 ‘IS 대원 사육장’이 되고 있다. IS의 최후 거점이었던 시리아 동부 바구즈가 함락된 뒤 패퇴한 IS전사 수만명은 가족을 데리고 이곳 난민캠프로 몰려들었다. 현재 수용 인원 7만명의 대다수는 여성과 어린이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조쉬 로긴이 15일 미국 정부 관리와 전문가 등을 인용해 기고한 글에 따르면 IS는 이곳 경비 담당인 쿠르드시리아민주군(SDF) 소속 군인 수십명보다 훨씬 더 강한 영향력과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 IS는 난민캠프 내부에 일종의 경찰 조직을 만들어 샤리아법(이슬람 관습법)을 집행하고, 잔인한 처형도 감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IS 패퇴 선언 이후 이곳에 대한 미군의 지원은 줄어들고 있다. 수용소의 열악한 환경과 관리 부실 탓에 난민캠프에 IS 이데올로기가 번질 경우, 이곳이 미래 테러리스트의 양생지로 변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긴은 “IS가 시리아 캠프에서 ‘칼리프 국가 2.0’을 건설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이곳에서 이대로 자라도록 내버려 둔다면 언젠가는 미국의 아이들이 그들과 싸우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