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경찰이 홍콩 건너편 선전에 배치돼 무력시위에 들어간 가운데 홍콩에서 범죄인인도법(송환법) 철폐를 요구하는 주말 시위가 벌어져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또 중국 본토에서 정체불명의 남성들이 홍콩으로 건너가는 모습이 포착되고, 중국 인민해방군이 이미 시위진압에 투입됐다는 유언비어까지 나도는 등 홍콩은 극도로 혼란스런 분위기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오후 2시 빅토리아 공원에서 송환법 반대 및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민간인권전선은 빅토리아 공원에서 센트럴 차터로드까지 행진을 할 계획이었으나 홍콩 경찰은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며 이를 불허했다.
주최측은 경찰과 충돌을 우려해 평화, 이성, 비폭력을 뜻하는 ‘화이비(和理非) 집회’를 강조했다. 반중국 성향의 빈과일보 창립자 지미 라이는 “우리는 시민들의 마음을 잃을 수 있다”며 비폭력 시위를 호소하고, 인민해방군도 국제적 제재를 부르는 무력개입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오늘 집회 참여자가 100만 명을 넘을 수 있지만, 빅토리아 공원은 10만 명 정도만 수용할 수 있다”며 시민들에게 집회장에 15분만 머무르다 물 흐르듯 빠져나가는 ‘유수(流水)식 집회’를 제안했다.
앞서 전날에는 홍콩 센트럴의 차터가든 공원에서는 2만2000여명의 교사가 모여 시위대를 지지하는 집회를 가졌고, 카오룽반도 훙함 지역에서도 수천 명의 집회가 있었으나 경찰과 큰 충돌없이 해산했다.
일부 시위대는 몽콕 지역에서 바리케이트를 치고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으나 시위대 스스로 물러나고 경찰도 강경대응을 자제했다. SCMP는 ‘최루탄 없는 토요일 밤이 지나가 홍콩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친중파 단체인 홍콩수호대연맹도 오후 도심 애드미럴티의 타마공원에서 ‘폭력 반대, 홍콩 구하기’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47만6000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했다.
한편 지난 금요일 중국 본토에서 흰색 옷을 입은 남자 100명 가량이 3개의 검문소를 통해 선전에서 홍콩 시내로 진입했다고 SCMP는 전했다. 각 그룹은 20~40세 사이로 10명에서 20명의 남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이들은 손목에 같은 색깔의 고무밴드를 착용하고 있어 ‘백색 테러’와 관련된 사람들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온라인에서는 중국 무장 경찰이 이미 홍콩 경찰에 합류해 시위대 강경 진압에 나서고 있으며,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번호판 차량이 시위 현장에서 목격됐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또 중국 푸젠성 사람들이 중국 본토인을 돕기 위해 홍콩에 올 것이란 얘기도 나돈다. 하지만 이런 소문은 대부분 서로 상대편을 혼란 시키기 위한 가짜뉴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빈과일보 창립자 지미 라이와 야당 의원들이 중국의 무력개입을 피해 해외로 도피했다는 소문도 돌았으나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