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예금취급기관을 통한 가계대출이 15조4000억원 늘며 다시 증가세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빚 부담이 경기침체를 부채질하는 부채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6월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예금은행 14조9000억원, 상호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5000억원으로 모두 15조4000억원이었다.
1분기인 1~3월에는 예금은행이 6조5000억원 늘고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이 3조6000억원 줄어 전체 2조9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2분기 증가액은 1분기의 3배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을 감안할 때 보험사 등 기타금융기관 대출을 포함한 2분기 말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146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말 잔액이 1451조9000억원이었다. 기타금융기관 대출은 아직 6월 통계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6월보다 4000억원 많은 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이 같은 기간 4조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줄어든 대신 기타대출이 1조5000억원에서 2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매매와 분양에 필요한 자금 수요가 신용대출 등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 추세라면 가계대출 잔액은 조만간 1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에 판매신용(카드사와 할부금융사 외상판매)를 합친 전체 가계신용은 이미 지난해 15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가계대출 증가는 부채 디플레이션 우려로 이어진다. 빚이 많은 상황에서 물가 하락으로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대출 상환 부담은 늘고 소비는 감소한다. 이때 자산을 서둘러 처분하면 자산 가치는 더욱 하락하고 대출 상환 부담은 커진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현상이 부채 디플레이션이다.
부채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부동산 시장의 향방에 달려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체 은행 가계대출은 27조1000억원으로 이 중 81.9%(22조2000억원)가 주택담보대출이다. 최근에는 주택 관련 자금을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에서 동원하는 경향도 짙어졌다. 지난 12일 기준 전주 대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02%로 전주(0.03%)보다 소폭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