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자화자찬만으로는 도발 막을 수 없다”
청와대는 16일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문재인 대통령을 막말로 비난한 것에 대해 “보다 성숙한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평통이 문 대통령을 향해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남조선 당국자가 웃기는 사람”,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이라고 비난한 점을 고려하면 청와대 대응이 지나치게 저자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 야당에서는 청와대 대응이 안이하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막말 비난에 대해 “청와대는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그 합의 정신을 고려할 때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해 남북관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해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대화와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불만스러운 점이 있더라도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만이 있으면 대화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할 일’이라고 한 대통령 경축사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북한은 이날 문 대통령을 맹비난할 뿐 아니라 발사체도 발사하며 도발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긴급 상임위원회를 열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 직후 관련 상황과 NSC 회의 결과를 보고받았다.
청와대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이 북·미 간 실무 협상 등 ‘대화 국면’으로 가는 과정에서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도발이 군사적 위협 자체보다는 향후 대화 국면에서 몸값을 올리기 위한 협상 전략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도 전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무슨 평화 경제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보다 강력한 방위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예의주시하며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에 만전을 다하고 있지만, 그 역시 궁극의 목표는 대결이 아니라 대화에 있다”고 했다.
이런 기조 아래 청와대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도 직접 맞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도발이 너무 잦고, 문 대통령을 향한 직접 비난도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쏜 것은 지난 10일 이후 엿새만이다. 지난달 25일부터 따지면 3주 사이 모두 6차례나 발사했다.
문 대통령이 대화 기조를 강조하면 북한이 기다렸다는 등 발사체와 말 폭탄으로 반박하는 상황도 문제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평화경제’를 강조했지만, 북한은 만 하루도 되지 않은 6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그러면서 북한 외무성은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도 “최근 북한의 몇 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대화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큰 성과”라며 “북한의 도발 한 번에 한반도가 요동치던 그 이전의 상황과 분명하게 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 날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 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통령을 비난하고 발사체 도발을 감행했다. 비난 수위도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 “북쪽에서 사냥 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에…” “남조선 국민을 향하여 구겨진 체면을 세워보려고 엮어댄 말일지라도 바로 곁에서 우리가 듣고 있는데…그런 말을 함부로 뇌까리는가” 등 고삐가 풀린 상황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지휘소훈련 첫날인 지난 11일에도 “똥을 꽃보자기에”, “바보”, “겁먹은 개” 등 욕설에 가까운 막말을 쏟아냈다.
보수 야당은 청와대의 저자세를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도발과 묵인의 뫼비우스의 띠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며 “대통령만의 ‘정신승리’용 자화자찬으로는 연일 터지는 북한의 ‘굿모닝’ 미사일 도발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북한 조평통 논평과 관련해 “국민은 대통령에게 퍼붓는 북한의 욕설에 가까운 막말에 분노하며 청와대와 여당의 무반응에 화가 난다”며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로, 더는 국민을 욕보이지 말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수석대변인도 “지금 북한의 행동은 불만을 표출하는 수준을 넘어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며 “안보 위협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정권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