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째 수출·투자 부진, 고전 중인 한국 경제

입력 2019-08-16 11:58 수정 2019-08-16 13:35
미·중 무역갈등, 일본 수출규제로 불확실성↑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7월 수출 1년 전보다 11% 줄어



글로벌 경제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최근 한국 경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는 5개월째 수출과 투자 부문에서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는 16일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최근 경제동향 8월호’(그린북)를 발표했다. 기재부는 “올해 2분기 생산은 완만하게 증가했지만, 수출과 투자의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외적으로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부진한 데다 일본의 수출규제, 미·중 무역갈등 심화가 불황의 원인이라는 판단이다.

정부는 지난 4월 그린북에서 수출·투자 부진을 언급한 이래로 이달까지 5개월 연속으로 같은 진단을 내리고 있다. 5개월째 실물지표가 부진하다는 보고가 지속된 것은 그린북을 펴내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6월 산업활동 주요 지표를 보면 광공업 생산과 설비투자는 소폭 증가했으나 서비스업 생산·소비, 건설투자는 감소했다.


6월 광공업 생산 증가는 제조업, 전기·가스업, 광업이 견인해 전월대비 0.2% 증가했다. 전월 실적(-1.3%)이 감소세였는데 6월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업(-1.6%)과 정보통신업(-4.2%), 금융·보험업(-1.8%) 등이 감소하면서 전월 대비 1.0% 감소했다.

2분기 설비투자는 1분기보다 2.4% 증가하며 다소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다. 감소세였던 전기실적(-9.1%)에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6월 설비투자지수도 운송장비 투자와 기계류 투자 증가에 힘입어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건설투자는 2분기에 1분기보다 1.4% 증가했지만, 6월 들어 토목(-3.6%) 공사 실적이 다소 부진하면서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1% 감소한 461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중동 국가(-36.0%)와 중국(-16.3%)으로 향하는 수출 물량을 중심으로 국내 주력 품목인 반도체(-28.1%)와 컴퓨터(-24.1%)가 부진했다.

지난달 경기동행지수는 전달보다 0.1 포인트 떨어졌다. 경기동행지수는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경기 향후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2 포인트 내려갔다.

2분기 민간소비는 1분기보다 0.7% 늘었다. 하지만 6월에는 가전제품 등 내구재(-3.9%), 의복 등 준내구재(-2.0%),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3%)가 모두 감소해 전월 대비 1.6% 떨어졌다. 특히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은 1년 전보다 3.7% 줄어들었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액도 각각 전월보다 3.4%, 10.7% 감소했다.


한편 지난달 고용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1년 전보다 29만9000명 증가했다. 다만 실업자도 1년 전보다 5만8000명 늘었다. 실업률은 3.9%로 1년 전보다 0.2% 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안정세 유지 등의 요인으로 1년 전보다 0.6% 상승했다.

지난달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주요국의 통화완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둔화와 무역갈등 심화로 전월 대비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달 중 월·달러 환율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축소돼 상승(원화 가치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달 국고채 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1.75%→1.50%)로 하락세를 지속했다.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 대응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 집행을 가속화하고,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수출·투자·소비 활성화 등 경제활력 제고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