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수출품’ D램값 1년 새 반 토막… 12개월째 내리막

입력 2019-08-14 13:22 수정 2019-08-14 15:03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D램의 수출단가가 12개월 연속 하락하며 1년 새 반 토막이 났다. D램을 중심으로 반도체 가격이 빠지면서 전체 수출물가가 떨어진 반면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수입물가는 올랐다. 교역조건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올해 7월 수출입물가지수를 보면 지난달 D램 수출물가지수는 63.33(2015년 100 기준)으로 지난해 7월보다 48.7% 하락했다. 전월 대비 12.8% 떨어졌다. D램은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로 PC와 모바일 기기 등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D램 수출물가는 지난해 8월부터 12개월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하락폭은 올해 1월 14.9%를 찍은 뒤 지난 5월 0.5%까지 줄었다가 다시 확대됐다.

D램과 플래시메모리, 시스템반도체 등을 아우른 전체 반도체 수출물가지수는 지난달 75.45로 6월보다 5.9%, 1년 전보다는 34.0% 떨어졌다. D램 가격 하락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12월 7.3달러였던 D램 단가는 지난 6월 3.3달러까지 내렸다.

송재창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계획 발표) 이후 D램 현물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하기는 했지만 추세적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재고가 많은 데 비해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수요처들은 신규 수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1월 이후 다소 회복세를 보이던 반도체 수출 실적은 5월을 기점으로 미·중 무역갈등이 정보기술(IT) 부문으로 확산되면서 다시 흔들렸다. 미국의 중국 기업 거래 제한 등으로 세계 IT 관련 투자가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반도체 회복세에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달 전체 수출물가지수는 100.56으로 6월보다 0.2% 떨어지며 전월 대비 기준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품목별로 석탄과 석유제품 가격이 올랐지만 컴퓨터,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 및 광학기기 가격이 크게 내린 탓이다.

지난 6월 유가 하락으로 떨어졌던 전체 수입물가지수는 지난달 110.00으로 전월 대비 0.6% 오르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번에는 유가 상승 탓이 크다. 두바이유 가격은 6월 배럴당 61.78달러에서 지난달 63.28달러로 2.4% 올랐다. 광산품이 오르면서 원재료가 1.5% 상승했다. 중간재는 석탄·석유제품, 제1차 금속제품 등이 올라 0.4% 뛰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