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독립유공자와 유족을 초청한 자리에서 “우리에게 역사를 성찰하는 힘이 있는 한, 오늘의 어려움은 우리가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나라로 발전해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서도 국민이 “의연하고 성숙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중근 의사의 외손녀 등 독립 유공자들이 초청된 이날 행사는 독립운동 당시 사용된 태극기가 배치되고, 임시정부 요인들이 즐기던 음식이 제공됐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주제로 열린 오찬 행사에서 “100년 전, 선조들의 뜻과 이상은 아직 완전히 실현되지 못했다”며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라는 중대한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고, 광복을 완성하기 위해 우리는 분단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국민의 하나 된 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독립유공자와 유족들께서 언제나처럼 우리 국민의 힘이 되어주시고 통합의 구심점이 되어주시길 바란다”며 “독립유공자 어르신들의 살아생전에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꼭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3‧1독립운동으로 우리 국민들은 왕정과 식민지의 백성에서 공화국의 국민이 되었고,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기어코 독립을 이뤄냈다”며 “우리 국민들의 자부심에 원천이 되어주신 독립유공자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강조했다.
오찬 행사에는 생존 애국지사 9명, 광복절 경축식 독립유공자 서훈 친수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 독립유공자 후손 등 160명이 초대됐다. 또 미국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프랑스 호주 등 해외 6개국의 독립유공자 후손 36명도 특별 방한해 참석했다.
행사는 항일 운동 당시를 기념하는 분위기로 연출됐다. 오찬에는 김구 선생이 일제 경찰의 추적을 피해 휴대용으로 즐긴 음식인 ‘쫑즈(대나무잎으로 감싼 밥)’와 임시정부의 안살림을 책임졌던 오건해 여사가 임시정부 요인들에게 대접했다는 ‘홍샤오로우(돼지고기를 간장 양념으로 조린 요리)’가 제공됐다.
또 테이블마다 임시의정원 태극기, 광복군 서명 태극기 등 독립운동 당시 사용된 태극기 6종이 꽃장식과 함께 배치됐다. 무대 배경도 1945년 임시정부 요인들의 환국기념 사진으로 꾸며졌다.
안중근 의사의 외손녀인 황은주 여사는 행사에서 “내가 중국 상해에서 나서 거기에서 자랐다. 그때는 우리나라가 없었다”며 “8‧15 해방으로 내 고향의 나라, 내 나라에 와서 살면서 마지막 가는 날에 내 땅에서 내 나라에서 묻히기 위해서 그래서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유관순 열사 등과 서대문형무소에서 ‘대한이 살았다’라는 노래를 지어 함께 불렀다는 심명철 지사의 아들 문수일씨는 노래 가사를 직접 낭송하기도 했다.
또 프랑스에서 독립운동자금을 임시정부에 전달한 공로로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는 홍재하 선생의 차남 장자크 홍 푸앙씨도 참석했다. 그는 프랑스어로 “조국이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수여하는 훈장을 제가 대신 받게 됨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아버지처럼 저도 한국의 피가 흐른다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찬에 초청된 김원웅 광복회장 등은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후보자의 임명 철회를 요청하는 서한을 노영민 비서실장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했다. 군 출신인 박 후보자가 임명되면 보훈 정책이 다시 군 위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유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