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옹호 쇼핑몰 ‘불매운동’, 반중 인사 자택 시위…中 사드식 대응

입력 2019-08-12 15:50
홍콩 부둣가 바다에 버려진 중국 오성홍기.AP연합


홍콩 시위대를 옹호한 쇼핑몰이 중국인들의 불매운동 대상이 됐고, 홍콩 시위의 배후로 지목된 홍콩 언론 재벌 집 앞에서는 친중 세력이 규탄 시위를 벌였다. 홍콩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은 중국 정부의 항의에 따라 시위를 지지하거나 참여한 조종사들은 조종업무에서 배제키로 했다. 불매운동과 각종 제재로 한국에 보복을 했던 중국의 사드(THAAD)식 대응이 자국 영토인 홍콩에도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중국 오성홍기가 최근 두 차례 바다에 버려져 중국인들의 분노를 자극한 사건과 관련, 홍콩 현지 최대 쇼핑몰인 하버시티가 중국 본토 관광객들의 보이콧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보도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총편집인 후시진은 지난 10일 SNS 계정에 하버시티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면서 보이콧 움직임에 불을 붙였다. 후시진은 “최근 홍콩 정세가 혼란한 속에서 하버시티의 태도가 애매모호하며, 과격 시위대에 굽실거린 의혹이 있다”며 “폭도들이 국기를 모욕할 때 하버시티 보안인력은 뭐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하버시티 출입구에 붙여진 공고문도 거론했다. 하버시티 밖에 걸려있는 중국 국기가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한 후 쇼핑몰 출입구에는 “우리는 고객의 안전을 보장한다. 범죄가 발생하지 않으면 경찰은 진입하자 말라”고 적혀있었다.

후시진은 “하버시티를 폭도들의 무법천지로 만들려고 하느냐”며 “하버시티는 본토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돈을 벌었는데,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에서 이득만 보고 기본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버시티는 홍콩 침사추이에 위치한 쇼핑몰로, 중국 본토 관광객이 가장 즐겨찾는 곳 중 하나다. 한 중국 네티즌은 “하버시티는 홍콩에서 가장 편안한 쇼핑몰이었는데, 극도로 실망스럽다”며 “나는 앞으로 하버시티를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시위 사태 배후로 지목된 홍콩 언론 재벌 라이치잉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친중파 홍콩인들. 관찰자망 캡처

같은날 중국이 홍콩 시위 사태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 홍콩의 언론 재벌 지미 라이(라이치잉) 자택에는 친중파 사람들이 몰려가 “홍콩에서 꺼져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넥스트 미디어 그룹의 창업자인 라이치잉은 지난달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을 만나 ‘홍콩의 자율성’과 관련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져 중국의 반발을 샀다.

20여명의 친중 시위대는 이날 오전 라이치잉의 자택에 몰려가 ‘미국의 주구’ ‘홍콩 혼란의 총책임자, 라이치잉’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시위를 벌였다.
관찰자망은 “홍콩 시민들이 드디어 라이치잉의 행동을 참지 못하고 자택에 가서 ‘미국의 주구’라고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하는 등 중국 매체들은 친중 시위대를 옹호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비슷한 시기에 홍콩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은 홍콩 시위와 관련해 폭동 혐의를 받는 조종사 1명을 비행업무에서 배제했다. 이 조종사는 지난달 28일 시위 도중 검거됐다. 중국 민항국은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시위 참여 직원들을 중국행 비행 업무에 참여시키는 것은 “비행 안전을 중대하게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캐세이퍼시픽은 또 승객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지상 근무 직원 2명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세이퍼시픽은 영국계 스와이어 그룹 계열 항공사여서 중국이 영국을 견제하기 위해 캐세이퍼시픽을 타깃으로 삼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