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비둘기파’ 비건, 주러 美대사 기용설

입력 2019-08-12 15:31

북·미 실무협상을 총괄해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차기 주러시아 미국대사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대북 온건파로 꼽히는 비건 대표가 교체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 협상 기조에도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일리아나 존슨 기자는 11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오는 10월 사임하는 존 헌츠먼 주러 미국대사의 후임자로 비건 대표가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고 밝혔다.

존슨 기자는 “헌츠먼 대사의 후임자를 눈여겨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주러 대사는 이번 행정부에서 그렇게 달갑지도 않고 높은 직책도 아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비건 대표를 후임자로 지목하면서 “이는 북한과의 대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대북 협상은) 주러 대사보다도 더 달갑지 않은 업무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 인터넷매체 복스도 최근 백악관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주러 대사로 비건 대표를 지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비건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 협상을 전담해왔지만 원래 전문 분야는 북한이 아니라 러시아 쪽이다. 비건 대표는 미시간대에서 러시아어와 정치학을 전공했고 비영리기구 ‘미국-러시아 재단’과 ‘미국-러시아 기업인 협의회’ 등 러시아 관련 단체에서 활동해왔다.

비건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 중에서는 비교적 온건파로 평가받는다. 때문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북·미 대화를 회의적으로 보는 강경파 인사들과 이견을 보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는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동안 교착 상태가 계속되면서 좌절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헌츠먼 대사는 2017년 10월부터 주러 대사직을 맡아왔다. 임명 당시부터 2년만 대사직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헌츠먼 대사는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고향인 유타주로 돌아가 차기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