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4월 개정한 북한 헌법 내용을 전하면서 “북한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위를 격상시키면서 ‘글로벌 정치인’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북한의 이번 헌법 개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국가수반으로 공식화한 부분에 주목했다. W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헌법 개정은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에서 외교 지도자로 더욱 분명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줬다”면서 “기술적으로 말해,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평화조약에 서명하고 유엔 총회에서 연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내나라가 지난달 11일 공개한 북한의 개정 헌법 내용을 분석했다. WP는 “이번 헌법 개정은 북한 내에서 이미 엄청난 김 위원장의 권력을 더욱 강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새 헌법은 그가 북한의 강력한 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과 관련해 국제무대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도록 더 큰 외교적 영향력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조슈아 폴락 미들버리국제연구소 연구원은 “헌법 개정으로 김 위원장의 위상은 격상됐다”면서 “국가수반의 측면에서 보면,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같은 레벨이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힘을 실어준 일등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아름다운 친서를 보냈다”고 말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북한 내부나 외부에서 김 위원장이 최고의 의사결정자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헌법 개정과 상관없이 김 위원장은 국제무대에서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각각 가지면서 높은 수준의 외교 활동을 이미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오판하면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WP는 김 위원장은 외교적 해결을 완전히 버리지 않을 것이며 힘겹게 얻은 글로벌 정치인의 지위도 내놓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이 생존의 최후 보루인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던져 버릴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은 여전하다고 WP는 전했다.
북한은 지난 4월 11일 개정한 헌법에서 김 위원장의 지위인 국무위원장이 “국가를 대표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전까지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명목상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국가수반이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