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12일 일본과의 경제 전쟁과 관련해 “일본이 규제한 전략물자 1194개 가운데 우리한테 진짜 영향을 미치는 건 손 한 줌”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등 수출 규제를 본격화하고 있지만 큰 피해가 예상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는 일본이 향후 안보 분야에서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며 정찰용 인공위성을 도입하는 등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생각보다 (피해를 보는 기업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만 TV나 반도체, 휴대전화는 우리가 일본을 모방한 거라 한국이 가마우지 경제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우리의 대일 무역적자가 280억 달러인데, 이 중 70%가 부품·소재 분야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핵심 장비를 만들어서 수출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일본의 가마우지 덫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차장은 아예 “정부가 글로벌 회사를 구입하거나 우수한 인력 확보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차장은 D램과 같은 첨단 부품을 일본에 대응하는 카드로 쓸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D램은 우리가 시장점유율이 72%다. 우리는 10나노를 만들고 있는데 미국과 중국 경쟁사는 20~30나노를 만드는 중”이라며 “D램 공급이 2개월 정지되면 전 세계 스마트폰 2억3000만대를 만드는데 차질이 생긴다. 이런 카드가 (일본에 대응하는) 옵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지난 7월 미국에 가서 일본의 수출 규제 관련 한·일 중재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도 밝혔다. 그는 “미국 가서 중재를 요청하면 청구서가 날아올 게 뻔한데 왜 요청하겠나”라며 “뭘 도와 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제가 ‘글로벌 호구’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미국이 한미일 공조를 더 중요시하는지, 재무장한 일본을 위주로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을 종속변수로 아시아 외교정책을 운용하려 하는지를 파악하려 했던 것”이라며 “미국이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 생각을 하면 관여를 할 것이고, 무장한 일본 위주로 아시아 외교정책을 하겠다 하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현재 우리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강화와 4차 산업혁명 기술 분야 투자 확대, 국방력 강화 등을 통해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국방력 강화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우리가 지금 정찰용 인공위성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우리가 빨리 저 궤도에다가 적어도 정찰용 인공위성을 5개, 아니면 25개(를 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정찰용 인공위성이) 30개가 넘고 일본은 8개가 있다”며 “우리가 지속적으로 새로운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김 차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 ‘제2의 한일 경제병합’이 될 것으로 보고 이를 반대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김 차장은 “당시는 핵심장비 분야에서 일본과 기술적 격차가 너무 컸다”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우리가 (한일 FTA를) 안 하는 게 국익에 유리하다고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그로부터 15년 동안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 만큼 이제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정부가 자신감을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