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 독립군 전투식량, 14일 안동서 공개된다

입력 2019-08-12 10:02
박정남 안동종가음식교육원장 등이 독립군밥상 논문발표 및 복원 시연회 준비를 위해 안동종가음식체험관 예미정 본채에서 독립군 전투식량과 전장음식, 신흥무관학교 생도밥상 복원작업과 함께 상차림 전시 연습을 하고 있다. 예미정 제공

100년 전 3.1 만세운동이 일어나고 상해 임시정부가 수립된 직후 1920년 6월 봉오동 전투와 그해 10월 청산리 전투는 청사에 길이 빛나는 우리 선열들의 독립전쟁 승전보다.
당시 만주 항일 독립군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병참과 보급이 현대화 된 세계 최강이라는 일본 정규군 1500여명을 섬멸했다. 승전의 배경은 무기의 화력 보다 강인한 정신력이라고 한다. 강인한 정신력은 강한 체력에서 비롯된다. 몇날 며칠을 싸워야 하는 우리 독립군들이 험준한 산악 전투에서 무엇을 먹었기에 그렇게 강한 체력, 정신력을 유지할 수가 있었을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오는 14일 오후 2시 경북 안동시 소재 예미정 안동종가음식체험관에서는 ‘만주 독립군 밥상 연구논문 발표 및 복원 시연회’를 갖고 그동안 수집해 온 독립군 전투식량에 대한 자료와 한-중 학자들이 참가해 연구 논문을 발표한다.

수집된 자료와 관련 논문을 토대로 항일 무장투쟁 당시 만주 독립군이 먹었던 전투식량을 복원, 일반에 공개한다.

그동안 만주 우리 독립군이 무얼 들고 싸웠느냐는 것은 다각도로 밝혀냈지만 무얼 먹고 싸웠느냐는 것을 조금이나마 밝혀 낸 것은 이번이 국내 처음이다.

이날 공개되는 독립군 전투식량은 장작불로 달군 가마솥을 이용해 옥수수반죽을 구워내 말려 건조된 옥수수떡과 옥수수와 차좁쌀을 섞어 만든 잡곡밥을 소금물 적신 손으로 뭉쳐낸 배추우거지 주먹밥, 볶은 통곡옥수수와 옥수수를 갈아서 만든 미숫가루, 그리고 옥수수를 가마솥으로 고아서 만든 옥수수엿, 조청, 볶은콩 엿강정 등으로 중국 만주지방에서 흔한 옥수수를 재료로 해 전통 종가음식 조리기법으로 만들어 진 것이 대부분이다.

또 만주 독립군 전투식량은 옥수수에다 콩가루 또는 건조두부를 섞거나 육포, 명태살 등을 곁들이는 방식으로 옥수수에 부족한 단백질을 보강하고 소금에 절인 콩자반으로 염분섭취를 지속시켜 내는 등 험준한 산악지형에서 일본군과의 전투때 독립군들이 강인한 체력으로 강력한 전투력을 뿜어낸 배경에는 식품영양학적 고려도 있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날 공개한 전투식량은 이외에도 신흥무관학교 생도들이 먹던 꿩고기 옥수수국수와 옥쌀밥, 버들치호박잎매운탕, 콩자반, 두부비지국, 차좁쌀 시루떡 등 신흥무관학교 생도밥상과 백서농장 등 독립군들이 주둔지와 월동지에서 먹은 기장쌀 조당수, 산토끼고기 감자만두, 산돼지고기로 만든 호국시탕, 산더덕잣죽, 월동 산개구리로 만든 기름개구리찜, 밀전병, 메밀전병 등 야전 식재료를 이용한 약 스무가지의 전장음식도 소개된다.

중국 길림성 연변대박물관장 허영길 교수는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평소엔 전투식량을 마련하기 위해 보리개떡과 소금에 절인 콩자반 등으로 끼니를 떼우며 겨우 연명하다시피 하며 식량을 아꼈다”며 “그렇지만 신흥무관학교 생도들의 고된 훈련과 일본군과의 전투를 대비해 단백질 보강과 염분섭취 음식개발에 애쓴 노력이 곳곳에서 발견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만주지방 일원에 흩어져 있는 독립군 후손 유민들을 상대로 더 많은 조사활동이 긴요하다고 역설했다.

독립군 전투식량 복원에 참가한 박정남 안동종가음식교육원장(대경대 교수)은 “근현대식 군 전투식량이던 건빵처럼 1920년대 전후에 벌써 휴대하기 편한 옥수수 건떡이 대량으로 만들어져 독립군 전투식량으로 쓰였다는 자체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면서 “열악하기 그지없는 환경 속에서도 전투체력 유지를 위해 비상식품과 같이 초청과 엿처럼 고칼로리, 고열량 음식까지 개발해 활용한 선열들의 지혜에 이번 독립군 전투식량 복원작업이 숙연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만주산 옥수수의 식품영양학적 분석 자료를 발표하는 손호용 안동대 교수는 “독립군 전투식량의 주재료인 옥수수는 보다 양질의 탄수화물을 갖춰 전투체력을 유지하는 데 손색이 없다”며 “특히 쌀과 밀에 비해 글루텐 함량이 낮아 건강식으로도 좋은 식품이며 항산화, 항당뇨, 노화방지에도 상당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밝혔다.

예미정 안동종가음식체험관은 제 74주년 광복절을 앞둔 이날 행사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태극기를 나눠주고 만주 독립군 전투식량으로 쓰였던 옥수수국수를 소재로 100년 전 독립운동을 되새기는 의미로 ‘아베 규탄-독립군밥상 항일 옥수수국수 시식회’도 가질 예정이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