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일 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정부 기관이 일본의 전범 기업과 관련된 수의계약이나 투자를 금지하도록 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정우 민주당 의원은 11일 정부 기관이 일본 전범 기업과 수의계약(경쟁 절차 없이 임의로 상대방을 선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이 조달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 정부는 일본 전범 기업 물품 구매 21만9244건에 총 9098억원을 썼고, 이 중 수의계약은 30542건, 943억원에 달했다.
김 의원은 “한·일 과거사 문제와 국민 정서를 생각할 때 최소한 정부의 공공부문의 물품 구매에서는 전범 기업 제품 구매를 자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기재위 소속 김경협 민주당 의원도 지난 9일 한국투자공사(KIC)가 일제강점기에 우리 국민을 강제동원한 기록이 있는 일본 전범 기업에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이 KIC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IC는 한국 대법원 배상 판결 후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을 포함한 일본 전범 기업 46개사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4634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일제강점기에 750만명의 국민이 일본과 전범 기업에 의해 강제노동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전범 기업들은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부펀드가 사회적책임투자의 원칙마저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투자수익에만 골몰한다는 것은 후손된 입장에서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