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文대통령 새벽잠’ 공언 16개월 만에…北 “이제 새벽잠은 글렀다”

입력 2019-08-11 16:43
하태경 “북한이 대통령 농락…민주당·대통령 지지자들 꿀 먹은 벙어리”

북한이 11일 “그렇게도 안보를 잘 챙기는 청와대니 새벽잠을 제대로 자기는 글렀다”는 공식 담화를 냈다. 추가 무력시위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자, 동시에 ‘새벽잠’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을 조롱한 것으로도 읽힌다.

북한 조선중앙TV가 11일 전날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실시한 단거리 발사체 발사 장면을 공개하면서, 간부들과 환하게 웃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도 소개했다. 연합뉴스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 국장은 이날 담화에서 남측이 ‘전쟁연습’을 하면서 되레 ‘뻔뻔스러운 행태’를 보인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우리의 정상적인 상용무기 현대화 조치를 두고 청와대가 전시도 아닌 때에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소집한다 어쩐다 하며 복닥 소동을 피워댄 것”이라며 “지난번에 진행된 우리 군대의 위력시위 사격을 놓고 사거리 하나 제대로 판정 못 해 쩔쩔매여 만사람의 웃음거리가 된 데서 교훈을 찾을 대신 저들이 삐칠 일도 아닌데 쫄딱 나서서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라고도 했다.

북한이 지난달 25일 이후 발사체를 발사한 시간은 오전 3시~6시에 집중돼 있다. 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적은 없지만, 미사일 사격 직후 문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한다.

‘새벽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27 남북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에게 공언했던 문제다. 당시 김 위원장은 “우리 때문에 문 대통령께서 NSC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고 들었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 새벽잠 깨지 않도록 제가 확인하겠다”며 웃으며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는 발을 뻗고 편히 자겠다”고 화답했다.

그런데 그 이후 1년 4개월이 지나 외무성 국장 명의로 “새벽잠 제대로 자기는 글렀다”는 담화가 나온 것이다.

권 국장은 “청와대의 이러한 작태(관계 장관회의 소집)가 남조선 국민들의 눈에는 안보를 제대로 챙기려는 주인으로 비쳐질지는 몰라도 우리 눈에는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막말’에 가까운 발언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북한은 실질적인 협상이나 대화의 자리가 마련되기 전에는 이렇게 긴장을 끌어올려 왔다”며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북한 김정은이 지난해 4월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에게 미사일 쏴서 새벽잠 설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최근 연이어 다섯 차례나 ‘굿모닝 발사’를 하더니 오늘은 청와대에 새벽잠을 못 자게 하겠다고 대놓고 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에서 김정은 한마디는 신의 교시이기 때문에 북한의 공식 성명 내용이 바뀌었다는 것은 김정은이 교시를 사실상 바꾼 것”이라며 “즉 김정은이 새벽잠을 갖고 문 대통령을 농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라며 “만약에 아베가 문 대통령을 조롱했으면 맞짱이라도 뜨자고 할 사람들”이라고 비꼬았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