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극한직업’ 이병헌의 ‘말맛’은 멜로에도 통한다… ‘멜로가 체질’

입력 2019-08-11 15:24 수정 2019-08-11 16:25
JTBC 제공


지난 9일 첫 전파를 탄 ‘멜로가 체질’(JTBC)은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 중 하나였다. 올해 초 영화 ‘극한직업’으로 1600만 관객 돌풍을 일으킨 이병헌 감독이 연출·집필한 첫 정식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이 감독 특유의 코미디 감각을 안방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신선함에선 일단 합격점을 받은 모습이다. 특히 세련된 연출이 돋보인다. 30대 여성들의 사랑과 일상을 코믹하게 풀어낸 멜로가 체질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1시간짜리 시트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눈에 띄는 건 단연 여주인공 3명. 무명 드라마 작가 임진주(천우희), 다큐멘터리 감독 이은정(전여빈), 워킹맘 황한주(한지은)다.

이들은 극한직업의 빵빵 터지는 폭소와는 다른 결의 웃음을 선사한다. 액션신의 자리를 대신하는 건 다름 아닌 ‘수다’. 장르가 무려 ‘수다 블록버스터’일 만큼 이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쫀득쫀득한 ‘말맛’으로 무장한 대사들이 쉴 새 없이 몰아친다.

힘준 대사들이 1시간 내내 이어지는데, “가슴이 폴짝폴짝 뛴다” 같은 재기발랄한 말장난부터 “네가 나랏돈을 빼 먹었냐, 국정을 농단했냐”는 식의 해학까지를 폭넓게 아우른다. 여기에 우스꽝스러운 내레이션과 황당무계한 인물들의 행동이 더해지면서 코미디적 재미는 배가 된다.

20~30대 청춘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포인트들도 곳곳에 녹아있다. 작가, PD, 신입사원 등 인물들 저마다 기구한 사연을 지니고 있는데, 연인을 잃었을 때의 슬픔이나 꿈을 이루는 지난한 과정, 워킹맘의 고충 등이 폭넓게 담겨있다. 최근 드라마 트렌드이기도 한 여성들의 서사라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다만 과장된 캐릭터와 신선한 연출 문법 등을 어색해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중심 스토리와 곁가지가 명확히 나뉘는 일반 극과 달리 여러 인물의 서사가 거의 같은 비중으로 다뤄지면서 자칫 산만하게 느껴질 우려도 크다. 영화보다 시청환경이 자유로운 드라마이기에 더 그렇다. 1~2회 시청률이 1%(닐슨코리아)대에 머문 것도 일련의 이질감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극한직업의 성공에는 퍽퍽한 서민들의 삶을 치킨이란 은유로 유쾌하게 풀어낸 이 감독의 센스가 있었다. 청춘들의 희로애락을 발랄하게 풀어낸 멜로가 체질의 첫인상도 비슷했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면 “분명 의미 있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는 이 감독의 자신감처럼 젊은이들의 마음에 돌풍을 일으키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