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뜨거운 ‘8·15 마케팅’… 광복절 특판상품, 3·1광장에 후원금 기부까지

입력 2019-08-11 13:46 수정 2019-08-11 13:48
금융권 ‘애국 마케팅’ 상품 앞다퉈 출시
‘반일’ 극에 달한 국민 정서 살피겠단 취지
광복절 기념 티셔츠 입고 영업하기도
전문가들 “상품 가입은 이성적으로 따져봐야”


금융권이 올해 74주년 광복절을 맞아 ‘8·15 마케팅’으로 뜨겁다. 광복절 특판 정기예금을 내놓는가 하면, ‘독립운동광장’ 준공식에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한다.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반일정서가 높은 상황에서 고객 유치는 물론 기업 이미지 높이기 효과까지 노리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꼭 필요한 상품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은행은 1899년 순수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은행이라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지난 8일 광복절 기념 ‘우리 특판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우대금리까지 얹으면 최고 연 1.7%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13일까지 새로 신용대출을 신청한 고객이나 은행에서 수시로 발송하는 마케팅 정보 수신에 동의한 고객 중 1899명을 추첨해 ‘봉오동 전투’ 영화관람권을 준다.

DGB대구은행은 특판상품 출시와 함께 이색적인 ‘8·15 마케팅’을 선보인다. 오는 16일까지 ‘파랑새 적금’ 1년제에 가입하는 고객에게 연 3.1% 금리를 제공하는데 광복절 기념 통장과 스티커도 준다. 대구 수성동 본점 앞에 대형 태극기와 태극기 바람개비를 설치하고 포토존도 운영하고 있다. 일부 4개 영업점 직원들은 광복절 기념 티셔츠도 입는다.

KB국민은행은 사회공헌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오는 15일 열리는 ‘3·1독립선언광장’ 준공식에 후원금 1억원을 기부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월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캠페인을 진행해 후원금을 모았다. 3·1독립선언광장은 서울시가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3·1독립선언서가 선포됐던 서울 인사동 태화관길에 만드는 기념광장이다.

제2 금융권도 ‘8·15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신협중앙회는 지난 7일부터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인 ‘신협 8·15 해방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고금리 신용대출을 3개월 이상 받고 있는 고객이라면 누구나 연 3.10~8.15% 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설계됐다. OK저축은행은 오는 16일까지 연 1.815% 금리의 자유입출금식 통장 ‘OK대박통장815’을 판매한다. 독립유공자와 후손이 예·적금에 가입하면 0.1% 포인트 우대금리를 준다.

금융권의 ‘애국 마케팅’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매년 해오던 홍보 전략 중 하나다. 하지만 올해 광복절 마케팅이 유달리 주목받는 건 한·일 경제전쟁으로 국민들 공분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최근 카드사들이 일본 여행상품 출시를 무기한 연기하거나 관련 홍보 활동까지 자제하는 모습이 이전에 없던 ‘이례적 풍경’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상품기획전략팀에 근무했던 한 금융권 관계자는 11일 “국경일 마케팅은 기업 이미지 개선과 고객 유치를 위해 항상 해오던 것”이라며 “애국심이라는 슬로건에 더해 특판 상품들은 혜택이 워낙 좋다보니 고객 관심을 더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애국 마케팅’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애국 마케팅’ 상품에 가입한다고 실제로 자신이 애국한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자신에게 필요한지, 이익이 되는 상품인지 면밀히 살펴보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