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미훈련, 나도 싫어” 김정은엔 맞장구, 한국엔 방위비 압력 높여

입력 2019-08-11 10:41 수정 2019-08-11 11:45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연일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북한을 감싸고돌고, 동맹인 한국을 압박하는 스탠스를 고수하고 있다. CNN방송이 “북한이 한·미를 성공적으로 이간질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할 정도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 당시 악수를 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9∼10일(현지시간) 남북한에 대한 차별적인 시각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또 다른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 국방당국이 북한이 연달아 쏜 단거리 미사일을 탄도미사일이라고 평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늘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불만을 쏟아낸 김 위원장에 맞장구를 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한·미 연합훈련을 ‘워게임’으로 깎아내렸다. 그러면서 “그(김 위원장)는 (한·미 군사) 연습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나도 싫어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결코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한·미 훈련의) 팬이 아니었다”고 반복했다. 이어 “나는 그것(한·미 훈련)을 위해 돈을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비용을) 되돌려 받아야 하고, 나는 한국에 그렇게 전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을 설명하면서 “긴 친서의 많은 부분은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드는(ridiculous and expensive) 훈련’에 대한 불평이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을 전하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한·미 훈련에 대한 자신의 불만을 거침없이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한·미 훈련에 대해 “대규모 연습”이라면서 “한국에 다양한 분야를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연습이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비해 이뤄진다는 점을 은연 중에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김 위원장을 감싸는 스탠스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해선 한·미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한·미 훈련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분담금 증액을 위한 전술이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워게임’에 한국이 아닌 미국이 돈을 쏟아 붓고 있다는 주장도 펼친다.

남북한에 대한 이중적이고 차별적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은 한·미 훈련을 ‘전쟁 예행연습(rehearsal for war)’이라고 매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70년 된 한·미 동맹의 린치핀(핵심축) 역할을 해온 한·미 훈련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조롱했다”고 비판했다. NYT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동맹을 깨는 것이야말로 정확히 평양이 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방송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한국을 압박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뿐만 아니라 동맹에 헌신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면서 미국이 한반도에 느끼는 좌절감을 한국으로 돌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스탠스는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한·미 훈련이 필요하다는 미 국방부의 입장과도 배치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한·미 훈련을 폄하할 경우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