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10에서 3.5㎜ 이어폰 잭을 없앴다. 그동안 스마트폰에 당연히 있었던 것을 없앤 만큼 소비자들의 혼란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애플과 일부 중국 업체들이 먼저 이어폰 잭을 제거할 때도 이어폰 잭을 고수했던 삼성전자가 이번에 정책에 변화를 준 건 사용자 환경이 변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갤럭시 노트10 디자인을 담당한 강윤제 무선사업부 디자인팀장(전무)은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디자인만 생각해 이어폰 잭을 제거한 것은 아니다”면서 “중요한 정책적 결정을 한 것이고 앞으로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랬다저랬다 하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을 것”이라며 앞으로 출시될 제품에서도 이어폰 잭이 빠질 것임을 시사했다.
강 전무는 “시대와 상황이 무선으로 가는 중요한 타이밍에 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노트10에 USB-C 타입 이어폰을 제공하고, 무선 이어폰인 갤럭시 버즈도 준비돼 있는 등 대안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노트10 디자인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손에 쥐었을 때 만족감을 주는 ‘그립감’이었다. 강 전무는 “스마트폰은 늘 손에 쥐고 있기 때문에 그립감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면서 “불필요한 것은 다 없애되 그립감은 반드시 지키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노트10의 두께를 전작인 노트9보다 0.9㎜ 줄였다. 그는 “그동안 노트는 퍼포먼스를 위해 두께가 다른 제품보다 두꺼운 면이 있었다”면서 “노트10은 성능을 위해 두께를 양보하지 않아 최적의 그립감을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디자인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엣지 디자인’도 유지됐다. 강 전무는 “일부에서 엣지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을 알고 있고, 노트10은 플랫 디자인으로 개발을 추진하기도 했다”면서 “엣지 디자인을 한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엣지 디자인은 우리의 고유한 정체성인데 바꾸고 싶지 않다는 고집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강 전무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디자인 철학으로 ‘미니멀리즘’을 꼽았다. 단순히 제품 디자인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생산, 폐기까지 전 과정을 통틀어 불필요한 것은 모두 제거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거의 모든 제품에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고 제품 패키지 포장에서 비닐류를 빼는 등 꼭 필요한 것을 빼곤 간소화하고 있다. 강 전무는 “환경을 가장 우선으로 두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더 많이 추구할 가치”라고 설명했다.
뉴욕=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