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는 일본기업? 업계 “日 불매운동 번질라” 노심초사

입력 2019-08-09 16:49 수정 2019-08-09 17:01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중회의실에서 열린 중견기업 정책 협의회에서 메모하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 7일 직원들에게 '막말'이 섞인 유튜버의 영상을 보여줘 논란을 일으켰다. 뉴시스

임직원들에게 한·일 관계에 대한 막말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시청케 한 ‘한국콜마 사태’ 파장이 화장품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콜마가 일본 기업으로 지목되면서 이 회사 원료를 쓰는 화장품 제조업체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업계를 향하기 시작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열기가 훨씬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진애 전 민주당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직원 조회에서 친일, 반(反)문재인, 여성비하 유튜브를 틀어서 문제가 된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 도대체 어떤 회사인가 찾아보니 그 뿌리가 일본콜마군요. 설마 그래서는 아니겠으나 떨떠름합니다”라고 썼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한국콜마가 생산하는 제품의 리스트가 돌기 시작했다. 일본콜마와 합작해 설립한 역사를 거론하며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글도 잇따랐다.


한국콜마는 ‘일본기업’이라는 지적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일본 콜마와 합작해서 시작했지만, 기술적으로 독립을 이뤄냈고 현재 일본 쪽 지분은 8%뿐”이라며 “지분은 앞으로 계속 줄여나가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고 사실상 일본과의 관계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콜마는 한국콜마 지분 12.14%, 지주회사인 한국콜마홀딩스 지분을 7.46% 보유하고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또 “다른 초점으로 만들어진 뉴스들이 워낙 많이 퍼져나가고 있어서 당장 대응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손해가 있다거나 문제가 있는 것들 수정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콜마에 위탁제조를 맡긴 화장품 업체들은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대응책을 마련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국민감정이 있다 보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회사 제품을 판매하는 화장품 편집숍들도 안심할 처지가 못 된다. 자체 생산 공정을 갖춰 한국콜마 의존도가 낮은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 등만 비교적 여유로운 상태다.

한국콜마에는 화장품업체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제품 생산에 당장 차질을 빚는 상황은 아니지만, 불매운동이 가시화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한국콜마는 고객사 문의를 모으면서 대응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콜마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위기 대응을 위해 대외적 환경과 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최근 인터넷상에 유포되고 있는 유튜브 영상 일부분을 인용했다”며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윤 회장은 지난 7일 월례조회에서 임직원 700여명에게 극보수 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에는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담겼다. 해당 유튜버는 영상에서 “아베는 문재인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라고도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